변호인 선임계 없이 사건 진행 상황을 묻는 변호사나 전직 경찰관의 접촉을 받으면 경찰관은 즉시 신고해야 한다. 상급자의 구두 수사 지휘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일선 경찰서의 법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5년간 500명 이상의 변호사가 수사관으로 채용된다.

외부 자문기구인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경찰 수사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는 2026년 10월 6일 제11차 정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찰의 수사 공정성 및 수사역량 강화를 위한 권고'를 심의·의결했다. 이번 안은 지난 8월 31일 범죄피해자 권리 강화를 다룬 1차 권고에 이은 2차 권고안으로, 공정성 강화 9건과 역량 강화 3건 등 총 12개 과제로 구성됐다.

비공식 문의 차단·수사 지휘 전산화

권고안은 수사 공정성을 해치는 내부 청탁과 부당한 지휘 관행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건 담당자나 지휘관이 아닌 사람의 사건 문의를 전면 금지하고, 문의를 받은 경찰관은 정보 제공 여부와 관계없이 청문감사인권담당관에게 즉각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선임계를 내지 않은 법무법인이나 변호사, 전직 경찰관의 문의도 신고 대상에 포함되며 미신고 시 징계와 처벌을 강화하도록 했다.

밀실 지휘와 책임 회피를 막고자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이용한 전자문서 수사 지휘도 의무화된다. 긴급 상황 등으로 불가피하게 구두나 전화로 지휘했을 때도 다음 날이나 장애 해소 즉시 전자문서로 등록해야 한다. 고소인과 고발인이 온라인으로 직접 수사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사건 접수와 증거 등록은 수사관이 아닌 일반행정공무원이 전담하도록 분리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5년간 변호사 500명 채용…서당 2~4명 배치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법률 전문가 수혈을 주문했다. 위원회는 향후 5년간 매년 100명 이상, 총 500명 이상의 변호사 자격자를 경찰공무원으로 채용해 일선 수사부서에 배치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전체 수사경찰 3만8,250명 가운데 변호사 자격자는 311명으로 약 0.81%에 불과하다.

권고안이 실현되면 연간 50~60명 안팎이던 변호사 경력채용 규모가 2배로 늘어나 전국 262개 경찰서마다 2~4명의 변호사 출신 수사 인력이 배치된다. 아울러 경찰서마다 변호사 자격자를 수사심사관으로 최소 1명 이상 임명해 수사 착수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의 법률 통제를 맡기도록 했다.

경찰 가족 사건 회피와 심의위 법제화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건의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경찰공무원 가족 관련 사건은 관할을 다른 경찰관서로 회피하도록 하고, 중대 범죄는 중대범죄수사청 등 다른 수사기관이 맡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훈령으로 운영되던 경찰수사심의위원회의 설치 근거를 법률에 명시하고 위원 전원을 외부위원으로 채우는 입법 과제도 제시했다.

김남준 경찰 수사개혁위원장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경찰은 수사의 주체로서 책임성이 전면화됐다"며 "공정한 통제와 강한 수사 역량이 함께 갖춰질 때 국민이 신뢰하는 수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따른 국민적 우려를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권고 내용을 적극 수용해 세부 이행계획을 마련하겠다고 10월 7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