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락을 거듭하는 화면 앞에서 밤을 지새우다 감당할 길 없는 빚더미에 올라앉는 이들이 있다. 손실을 만회하려 끌어다 쓴 대출금은 순식간에 고금리 채무로 굳어지고, 일상적인 노동으로 버는 월급으로는 매달 불어나는 이자조차 막기 버거워진다. 얼마 전 필자의 사무실을 찾은 한 의뢰인 역시 가상자산과 주식 시장의 거센 변동성 속에서 무리한 투자를 이어가다 끝내 지급불능의 상태에 직면한 처지였다. 빚을 져서라도 자산을 늘려보려던 시도는 결국 삶의 기반 자체를 흔드는 무거운 족쇄가 되어 있었다.

사라진 돈을 재산으로 간주하던 관행

의뢰인이 법적 채무 조정을 결심했을 때 가장 큰 암초는 다름 아닌 투자로 잃어버린 돈 그 자체였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14조 제1항 제4호는 개인회생 변제 총액이 채무자가 파산할 경우 배당받을 총액, 즉 청산가치보다 적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있다. 문제는 과거 회생 법원의 실무가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실패를 일종의 낭비나 사행 행위로 엄격하게 취급해 온 관행에 있었다. 이미 시장에서 허공으로 날아가 존재하지도 않는 손실금을 채무자가 보유한 가상의 재산으로 계산하여 청산가치에 그대로 얹어버리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계산법이 적용되면 기이한 왜곡이 발생한다. 수중에 남은 돈이 거의 없음에도 청산가치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으로 둔갑하고, 채무자는 3년의 회생 기간 동안 그 가상의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갚아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명령을 받게 된다. 월 소득에서 필수 생계비를 뺀 가용소득으로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변제액이 책정되어 회생 절차 자체가 기각되거나 중도에 폐지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라는 법의 취지가 도리어 사라진 돈의 유령에 발목 잡혀 작동을 멈추는 형국이었다.

실무준칙 제408호가 세운 법리적 기준

도산법상 청산가치는 채무자가 현재 보유하여 환가할 수 있는 재산을 뜻한다. 잃어버린 돈은 파산 절차를 밟더라도 채권자들에게 나누어줄 배당 재원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청산가치에 산입하는 실무는 법리적 모순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서울회생법원은 2022년에 실무준칙 제408호를 제정하여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을 청산가치 산정 시 고려하지 않도록 기준을 세웠다. 이어 부산회생법원도 2023년 7월 5일 동일한 실무준칙 제408호를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준칙 제2조 제1항은 투자 실패를 가장하여 재산을 은닉한 경우가 아니라면 손실금을 청산가치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못 박고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4조가 정한 파산 면책불허가 사유와 달리, 개인회생 절차에서는 과다한 낭비나 투자 실패 자체가 신청을 원천 차단하는 사유가 아니다. 의뢰인의 사건에서 필자는 이 실무준칙의 취지와 법리를 정면에 내세웠다. 의뢰인의 행위가 부정한 재산 은닉이 아니라 경제적 곤궁 속에서 자산을 증식하려다 실패한 과정이었음을 금융 거래 흐름을 통해 명명백백히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성실한 소명과 현실적인 변제금 책정

결국 쟁점은 사라진 돈의 흔적을 투명하게 증명하는 일로 모였다. 거래소 입출금 내역과 잔고 증명서를 바탕으로 모든 대출금이 실제 투자금으로 유입되어 손실로 종결되었음을 소명했다. 가상자산 지갑을 따로 숨겨두거나 차명 계좌로 자금을 빼돌린 정황이 전혀 없음을 객관적으로 확인시키자, 법원은 과도한 청산가치 반영을 배제하고 의뢰인의 실제 소득과 생계비를 감안한 변제계획안을 받아들였다. 의뢰인은 감당 가능한 수준의 월 변제금을 책정받아 최종 인가 결정을 이끌어냈고 원금의 상당 부분을 감면받으며 비로소 재기의 기회를 얻었다.

가상자산이나 주식 투자 실패로 채무 조정을 고민하고 있다면 몇 가지 실무적 지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선 본인의 계좌 거래 내역과 거래소 거래 원장을 사전에 꼼꼼히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법원은 실무준칙 제408호 제2항에 따라 재산 은닉 의심을 해소하기 위한 자료 제출을 폭넓게 요구하므로, 돈이 흘러간 경로를 1원 단위까지 증빙할 수 있어야 불필요한 의심을 피한다. 아울러 관할 법원의 실무 태도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전담 회생법원이 아닌 일반 지방법원의 경우 여전히 손실금의 일부를 청산가치에 반영하도록 권고하거나 변제 기간을 늘리도록 요구하는 재판부가 있는 만큼, 도산법의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서면을 구성해 방어 논리를 펼쳐야 한다.

도산 제도는 성실하지만 불운하게 넘어진 이들에게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 존재한다. 허공으로 사라진 손실금을 징벌하듯 청산가치에 묶어두는 것은 채무자를 다시 불법 사금융의 늪으로 밀어 넣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이미 잃어버린 과거의 숫자가 아니라 채무자가 매달 성실히 갚아나갈 미래의 땀방울을 평가하는 것이 법이 본래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