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무자를 폭행하고 가족 대화방에 수치스러운 사진을 전송하는 등 가혹한 빚 독촉을 벌인 경우 피해자와 합의해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단순 폭행이나 명예훼손 혐의는 처벌을 면할 수 있으나 불법 채권추심과 사진 유포 등은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받는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단순 폭행은 처벌 불원 시 종결…불법추심은 수사 지속

형법상 단순 폭행(제260조 제1항)과 명예훼손(제307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제70조)은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고소를 취하하거나 합의서를 제출하면 수사기관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고 법적 절차를 종결한다.

하지만 빚 독촉 과정에서 이뤄진 범행은 다른 죄명이 얽히는 경우가 많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채권추심법) 제9조는 채무자나 관계인을 폭행·협박하거나 야간(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에 연락하는 행위, 제3자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채권추심법 제15조는 폭행·협박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야간 추심 및 제3자 고지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해당 조항에는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없다. 채무자가 고소를 취하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이 수사를 계속 진행해 재판에 넘길 수 있는 이유다.

가족 단톡방 사진 유포는 성폭력처벌법 등 추가 적용

동행인이나 지인이 채무자 가족의 단체 대화방에 수치스러운 사진을 유포한 행위 역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촬영물을 유포하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역시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송명호 변호사는 네이버 지식iN 법률 질의응답에서 "폭행죄나 명예훼손죄 중 일부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고소를 취하하면 형사 절차가 종결될 수 있다"면서도 "사건의 성격이나 죄명에 따라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경우에는 피해자가 취하하더라도 수사가 계속 진행되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하 종용·협박 시 보복범죄 혐의 가중

고소 취하를 받아내기 위해 채무자나 그 가족을 압박하는 행위는 사태를 더 키울 수 있다. 처벌불원서 작성을 요구하며 위력을 행사하거나 협박할 경우 형법상 강요죄는 물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협박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

송 변호사는 "사건 진행을 원치 않아 합의를 통한 취하를 원한다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피해보상을 원만히 협의해 처벌불원서나 합의서를 작성해 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며 "강요나 협박을 통해 취하를 강제하는 경우 추가적인 범죄 성립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 불법 사금융 발생 건수는 2022년 1,801건에서 2025년 5,519건으로 3년 만에 3배 넘게 늘었다. 불법 추심 피해를 입은 채무자와 가족은 금융감독원(1332)이나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채무자대리인 및 무료 소송지원 제도를 이용해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