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자체에 지원되는 광역 기금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성과 평가에 따라 차등 배분됐다. 인구수와 재정력에 따라 균등하게 나눠 주던 관행이 깨지면서 지자체별 확보 금액 격차는 최대 49억 원까지 벌어졌다.
행정안전부는 서울과 세종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를 대상으로 지방소멸대응기금 광역지원계정 가운데 500억 원을 투자계획 평가 결과에 맞춰 차등 배분한다고 2026년 10월 12일 밝혔다. 매년 1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기금 중 시·군·구 기초지원계정(7,500억 원)에는 이미 성과 평가가 적용돼 왔지만, 시·도 광역지원계정(2,500억 원)에 경쟁 평가 체계가 도입된 것은 2022년 기금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 광역지원계정은 전체 2,500억 원 중 1,500억 원을 정량 산식에 따라 일괄 배분하고, 나머지 1,000억 원은 지역활성화투자펀드에 출자하는 구조로 운용됐다.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풀기 어려운 초광역 사업을 이끌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행정안전부는 펀드 출자액을 500억 원으로 줄이고 확보한 500억 원을 투자계획 평가 연계 재원으로 전환했다.
심사 결과 최우수 등급(각 66억 원)에는 강원특별자치도와 충청남도 2곳이 선정됐다. 강원은 영월·화천 생활권 거점인 '주민행복마을' 조성을 도·시·군 공동 기획과 재원 분담 모델로 풀어냈고, 충남은 보령·청양 인공지능(AI) 통합돌봄과 9개 시·군 컨설팅 체계를 앞세워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부산·대구·충북·전북·경남·제주 6개 시·도는 우수 등급으로 각 34억 원을 받는다. 경기·대전·울산·경북·광주 5개 시·도는 보통 등급으로 26억 원씩 배분받았으며, 인천과 전남은 양호 등급에 그쳐 17억 원을 배정받았다. 최우수 등급과 양호 등급 사이에는 49억 원의 재정 격차가 생겼다.
이번 조치는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제25조에 근거를 둔다. 해당 조항은 기금의 100분의 25를 광역지원계정 재원으로 규정하면서 구체적인 배분 세부 사항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위임하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시·도가 지역 전체를 고려해 사업을 기획하고 시·군 간 협력을 이끌어 지방소멸 대응 성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지역 특성과 주민 수요를 바탕으로 지역 간 협력을 확대해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지도록 기금을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평가에 따른 배분금 500억 원은 2026년 10월 30일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조합을 통해 각 시·도에 지급된다. 이번 개편으로 광역 지자체의 기획·조정 역량과 성과 관리가 국비 확보를 좌우하는 핵심 잣대로 자리 잡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