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년 동안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어겨 3명 이상 숨지는 사고를 낸 기업은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노동자가 급박한 위험을 우려하는 경우에도 현장 작업을 멈출 수 있고, 하청 노동자가 원청 사업주에게 직접 작업중지를 요구하는 권한도 법으로 보장된다.

국회는 2026년 10월 1일 제439회 정기회 제10차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재석의원 219명 중 찬성 161명, 반대 52명, 기권 6명으로 가결했다. 정부가 2025년 9월 15일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핵심 과제들을 제도화한 법안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반복되는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직접적인 경제적 제재를 신설한 점이다. 신설된 산업안전보건법 제161조의2는 사업주가 안전조치(제38조), 보건조치(제39조),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제63조) 의무를 위반해 최근 1년간 근로자 3명 이상이 숨진 경우 영업이익의 100분의 5 이하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영업이익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사업장이더라도 최대 30억 원 한도 안에서 과징금을 물린다. 징수된 과징금은 산업재해보상보험기금으로 귀속된다. 동시에 2명 이상 사망한 산재로 3년간 2회 이상 영업정지를 받고 재차 대상이 된 기업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관계 행정기관에 사업 등록 말소나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

현장의 작업중지 권한도 대폭 넓어졌다. 기존에는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작업중지와 대피가 가능했으나 개정법은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우려되는 경우'까지 요건을 완화했다. 노동자와 근로자대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사업주에게 작업중지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명문화됐고, 하청 노동자가 원청 사업주에게 직접 중지를 요구하는 길도 열렸다. 사업주는 위험 해소 조치를 끝내기 전까지 작업을 다시 시킬 수 없다. 정당한 작업중지 행위를 이유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면 형사처벌과 노동위원회 구제절차가 뒤따른다. 노동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 요건에도 사고로 노동자가 의식불명이거나 생사가 불명확한 경우가 새로 들어갔다.

노사 양측의 평가는 엇갈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기업 경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하고 비현실적 기준으로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천문학적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중소·중견기업은 존폐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작업중지권 역시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 현장 혼란과 제도 악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안전보건 투자 비용을 아끼는 기업에 실질적 경제 책임을 묻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환영하면서도 "1년 내 3명 사망 요건은 적용 대상이 제한적일 수 있어 하위법령에서 감경 기준을 엄격히 다뤄야 한다"고 짚었다.

기후 변화와 현장 사정을 반영한 규정도 손질됐다. 폭염과 한파가 발생했을 때 건설공사 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시됐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의무는 발주자 외에 도급인과 건설업 외 업종으로 넓어졌다. 고용노동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노사 대표와 전문가 등 20명 이내로 꾸려지는 안전한일터위원회와 법 위반 신고포상금제도 도입된다.

법안 공포일에 폭염·한파 공기 연장 조항이 즉시 시행된다. 안전한일터위원회 구성과 신고포상금제는 공포 후 3개월 뒤 효력을 얻는다. 핵심 조항인 다수·반복 산재 과징금과 작업중지권 확대, 사업체 등록말소 요청은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건설업 외 업종의 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의무는 1년 뒤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