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팀원의 비매너 행위나 실력 미숙을 이유로 말다툼을 벌이다 상대방의 가족이나 신체를 비하하는 이른바 '패드립' 욕설을 쏟아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화를 참지 못하고 상대방 닉네임을 부르며 심한 욕설을 남긴 뒤 고소 예고를 받고 형사 처벌을 걱정하는 이용자도 적지 않다.

단순히 게임 닉네임만을 지목해 욕설을 주고받았다면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다.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죄가 성립하려면 모욕성과 공연성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누구인지 제3자가 알 수 있는 '특정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 팀 채팅창은 여러 이용자가 동시에 글을 읽을 수 있어 공연성 요건을 충족하기 쉽고, 부모나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은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모욕적 언사로 평가된다. 하지만 무작위 매칭으로 만난 익명 공간에서 서로의 실명이나 거주지, 연락처 등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면 법적 보호 대상인 자연인이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아이디(ID)나 닉네임만 알 수 있을 뿐 주위 사정을 종합해도 해당 계정을 사용하는 자연인이 누구인지 다른 사람이 알아차릴 수 없다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2007헌마461). 대법원 역시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볼 때 그 표현이 누구를 지목하는지 제3자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여야 특정성을 인정한다(2019도12750).

상대방이 채팅창에 자신의 이름과 거주지, 전화번호 등을 밝히며 신상을 공개한 이후에도 욕설을 지속했거나, 해당 방에 피해자의 실제 지인이 함께 참여해 현실 속 인물을 식별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특정성이 인정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과거 게임 커뮤니티에서 닉네임만 거론됐더라도 다수 이용자가 실존 인물을 뚜렷하게 식별할 수 있었던 사안에서는 법원이 모욕죄를 인정해 벌금 30만 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법률사무소 로웍스 이정석 변호사는 "부모나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은 내용상 모욕으로 평가될 수 있고 팀 채팅은 공연성이 문제될 수 있으나, 서로 모르는 이용자 사이에서 신상 공개 없이 닉네임만 언급된 사안이라면 특정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상대방이 고소장을 내더라도 고소가 곧 처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후에 사과했더라도 이미 발생한 위법 행위가 사라지지는 않으나, 수사 과정에서 정황 참작 사유로는 쓰일 수 있다. 형법 제312조에 따라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다. 피해자가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 발생 건수는 2019년 1만5,926건에서 2022년 2만9,258건으로 급증했다. 게임 내 시비로 고소 위기에 놓였다면 당시 게임에 참여한 인원들의 관계와 전체 채팅 내역,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캡처 자료를 확보해 특정성 미충족 여부를 소명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