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산하 시설관리공단 명의를 도용한 가짜 주차권을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사기 범행이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들은 공공기관 명칭이 적힌 문서를 위조했으니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검찰 기소 단계에서 공문서위조 혐의가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자체 산하 시설관리공단은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 직속 행정기관과 법인격이 분리된 사법상 공기업이다. 형법상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하려면 문서 작성 명의인이 공무원 또는 공무소여야 한다. 시설관리공단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공문서가 아닌 사문서위조죄가 적용된다.

공단 명의 문서는 '사문서'…공무원 의제 조항도 뇌물죄 한정

형법 제225조는 행사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문서나 도화를 위조·변조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반면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사문서를 위조하면 형법 제23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대법원은 공문서위조죄의 객체인 공문서를 공무원이나 공무소가 직무권한 내에서 작성한 문서로 한정해 엄격히 해석한다. 지방공기업법 제83조가 공단 임직원을 공무원으로 보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는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 정한 뇌물 관련 범죄를 처벌할 때만 적용된다. 공무와 연관된 업무를 대행하더라도 문서 작성 주체로서 공무소나 공무원 지위를 포괄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는 취지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이진화 변호사는 "노원구청 시설관리공단은 구청과 법인격이 다른 지방공기업"이라며 "특별법상 의제 규정을 제외하면 공무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가짜 주차권을 만들어 유통한 행위는 공문서위조가 아닌 사문서위조 및 행사죄,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주차권은 이용 계약 표지…실형 선고 가능성은 여전

주차권 자체가 행정처분을 담은 공식 증명서가 아니라 시설 이용 권한을 증명하는 사경제적 성격의 표지라는 점도 작용한다. 피고인이 가짜 주차권을 진짜인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대금을 편취했다면 형법 제347조 사기죄가 주된 혐의가 된다.

공문서위조 혐의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처벌 수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수천만 원 상당을 가로챈 다중 피해 사건에서는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죄와 사기죄의 경합범으로 기소돼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피해자, 배상명령신청과 의견서 제출로 권리 구제

공소사실에 의문이 있는 피해자는 담당 검사실이나 공판검사에게 '피해자 의견서'나 '엄벌탄원서'를 서면으로 제출해 사건의 중대성을 알릴 수 있다. 공공기관 명칭을 사칭해 공적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을 양형 자료로 반영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이다.

피해 금액을 돌려받으려면 피고인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법원에 배상명령을 신청하거나, 유죄 판결이 확정된 뒤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도심 주차난을 틈탄 중고 주차권 거래 사기가 늘고 있는 만큼, 전매가 금지된 공영주차장 정기권을 비공식 경로로 거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