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파산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 기업의 모든 재산 관리와 처분 권한은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에게 넘어간다. 파산관재인은 회사의 잔여 재산을 확인해 현금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파산 직전 특정 거래처에만 빚을 갚았거나 회사 자금을 유출한 정황이 없는지까지 면밀히 추적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최홍준 변호사는 법인파산 상담에서 파산관재인의 법적 성격과 역할을 명확히 짚었다. 최 변호사는 "파산관재인은 단순히 회사의 서류를 대신 작성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법인파산 절차에서 법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채권자들의 권리를 조사하여 공정한 배당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산 조사부터 법정 배당까지 6대 핵심 직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12조와 제384조에 따르면 파산관재인은 파산선고와 동시에 선임되며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의 관리·처분권을 전속적으로 행사한다. 파산관재인의 업무는 크게 여섯 단계로 나뉜다. 첫째는 회사 명의의 예금, 부동산, 차량, 기계, 재고, 매출채권 등 잔여 재산 조사다. 금융기관 거래내역과 회계자료를 추적해 파산 신청 전후의 자금 흐름을 점검하기도 한다.

둘째는 채권자들이 신고한 채권의 실제 존재 여부와 액수, 담보 유무와 우선변제권 범위를 따지는 채권조사다. 셋째는 확인된 자산을 매각하거나 매출채권을 회수해 현금으로 바꾸는 환가 작업이다. 넷째는 파산신청 전후의 비정상적 거래를 조사하는 업무다. 다섯째는 채권자집회에서 자산 환가와 채권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일이며, 마지막으로 확보한 현금을 법정 우선순위에 맞춰 재단채권 변제와 일반 파산채권 배당으로 분배한다.

부인권 행사와 대표자 설명의무 주의해야

기업 대표자가 특히 주의해야 할 대목은 파산 직전 거래 조사다. 채무자회생법 제391조는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한 재산 처분이나 지급정지 후 특정 채권자에게만 행한 편파변제를 대상으로 파산관재인이 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부인권이 인정되면 이미 처분된 자산은 파산재단으로 강제 회수된다.

채무자회생법 제321조에 따라 법인 대표자와 이사는 파산관재인의 청구가 있을 때 필요한 사항을 설명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진다. 통장 내역이나 세금자료, 회계장부 제출 요구를 거부하거나 사실을 숨기면 조사 방해로 이어져 형사책임이나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과거 자금 이동에 의문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면 관재인에게 경위와 객관적 증빙자료를 있는 그대로 제시해야 한다.

법인 파산해도 대표 개인 연대보증은 유지

법인 채무가 정리된다고 해서 대표자 개인의 책임까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최 변호사는 "법인이 파산한다고 해서 대표자의 개인적인 연대보증채무나 별도의 개인채무까지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대표자 개인이 회사 대출에 연대보증을 섰다면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같은 별도의 채무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 여파로 법원통계월보 기준 2026년 상반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은 1,29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했다. 법인파산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파산관재인은 채권자 전체의 공평한 이익을 도모하는 법정 기관이다. 신청 기업은 관재인 선임 직후부터 회계 및 금융 증빙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조사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