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법인파산 절차를 밟더라도 대표자 개인이 진 빚까지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책금융기관이나 시중은행 대출에 얽힌 대표자 연대보증, 과점주주로서 부담하는 제2차 납세의무, 체불 임금 형사책임은 법인 정리 뒤에도 대표자 개인에게 끝까지 남기 때문이다.

실무에서는 회사의 법인파산과 대표자 개인회생을 동시에 검토해 접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제3조 제3항 제2호는 법인 파산사건이 계속 중인 경우 대표자의 개인회생이나 파산사건을 해당 법인 사건이 진행 중인 회생법원에 병합해 신청할 수 있도록 관할을 열어두고 있다. 두 절차를 한 법원에서 함께 다루면 채무 조사와 자산 환가 과정에서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다.

회사 빚 털어도 보증채무와 세금은 대표자 몫

단순히 사업자등록을 말소하는 폐업은 법인격과 채무를 없애지 못한다. 법원 감독 아래 파산관재인이 자산을 환가·배당하는 법인파산 절차를 밟더라도 주채무자만 소멸할 뿐 연대보증인인 대표자의 변제 의무는 고스란히 남는다. 금융권 대출뿐 아니라 거래처 물품대금 보증, 대표자 명의 신용대출, 미납 법인카드 대금도 개인 빚으로 이어진다.

국세기본법 제39조에 따른 제2차 납세의무도 대표자를 옥죄는 요소다. 법인 자산으로 국세를 충당하지 못할 때 지분 50%를 초과 보유한 과점주주 대표자는 지분율 한도 내에서 체납 세금을 대신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4대 보험료 체납액까지 더해지면 법인이 청산되더라도 대표자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 세금 채무를 떠안게 된다.

임금체불 형사책임과 도산대지급금 활용

근로자 임금과 퇴직금 체불 문제는 대표자의 형사책임과 직결된다. 근로기준법 제36조에 따라 근로자가 퇴직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금품을 청산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은 14일이 지나기 전 파산선고로 관리처분권과 지급권한이 파산관재인에게 넘어간 때에는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2019도10818). 다만 14일이 지난 뒤 선고된 사건에서는 원칙적으로 대표자가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채무자회생법상 근로자의 임금과 퇴직금은 파산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시로 갚아야 하는 재단채권이자 최우선 변제 대상이다. 파산선고 결정이 나오면 근로자는 2년 이내에 근로복지공단에 도산대지급금을 청구해 체불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법인파산으로 공단의 대지급금 지급 절차를 열어주고 근로자의 처벌불원 합의를 이끌어내는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부채 한도와 편파변제 여부 따져야

동시 진행을 검토할 때 대표자 개인의 채무 액수는 주요 분기점이 된다. 채무자회생법 제579조 제1호에 따라 개인회생은 담보부 채무 15억 원 이하, 무담보 채무 10억 원 이하인 개인채무자만 신청할 수 있다. 법인 연대보증 채무를 합산한 무담보 부채가 10억 원을 넘어서면 개인회생을 이용할 수 없고 간이회생이나 일반회생, 또는 개인파산을 선택해야 한다.

신청 직전의 자금 흐름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파산을 앞두고 특정 채권자에게만 빚을 갚는 편파변제를 하거나 법인 자산을 가족이나 지인에게 넘기면 파산관재인의 부인권 행사 대상이 된다. 사안에 따라 형법상 배임죄나 채무자회생법상 사기파산죄로 수사받을 위험도 따른다. 법인 재무제표와 통장 거래내역, 가지급금 정리 상태를 면밀히 분석한 뒤 동시 신청 시점을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