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았다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곳에 월셋집을 구해 섣불리 짐을 빼고 전입신고를 옮겼다가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법적 권리를 한순간에 잃을 수 있어 세입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주택을 인도하고 주민등록을 이전하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는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배당 순위가 뒤로 밀려 보증금을 온전히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 집을 비우기 전에 반드시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고 등기부등본에 기입된 사실을 확인해야 기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
임차권등기 마치기 전 전출 금물
임선준 변호사는 "임대인이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반환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임차권등기를 마치기 전에 집을 비우고 전입신고까지 옮겼다면 기존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전에는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 결정문이 임대인에게 송달돼야 등기 촉탁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집주인이 잠적하면 등기 기입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문제가 뒤따랐다. 국회는 2023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같은 해 7월 19일부터 임대인에게 결정이 송달되기 전이라도 법원이 지체 없이 임차권등기를 촉탁·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소송비용 전액 피고 부담 오해
소송에서 이기면 변호사 선임 비용을 상대방에게 모두 받아낼 수 있다는 생각도 흔한 오해다. 민사소송법 제98조에 따라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변호사 보수는 민사소송법 제109조 제1항과 대법원의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이 정한 상한선 범위 안에서만 인정된다.
유성권 변호사는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게 되지만 변호사 선임 비용은 소송목적의 값에 대응하는 법정 산입 비율 한도 내에서만 청구가 가능하다"고 짚었다. 보증금 청구 금액이 6,000만 원인 사건이라면 대법원 규칙 산식에 따라 소송비용으로 인정받는 변호사 보수 상한액은 최대 500만 원으로 제한된다. 실제 변호사에게 더 많은 수임료를 냈더라도 초과분은 세입자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반환 독촉부터 강제집행까지 절차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는 우선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해지 의사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백영호 변호사는 "임대인이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돌려준다는 것은 엄연한 위법"이라며 "계약 연장 의사가 없음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해야 하며, 이는 추후 소송에서 핵심 근거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집주인이 반환을 계속 거부하면 신속한 채권 확보를 위해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임대인이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부동산 강제경매나 예금 채권 압류 등 강제집행 절차를 밟게 된다. 승소 후 소송비용을 돌려받으려면 민사소송법 제110조 제1항에 따라 제1심 법원에 별도로 소송비용액확정신청을 내 확정결정을 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