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피해영상물 삭제 요청서가 외부에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가 국내외 주요 플랫폼 기업들을 긴급 소집했다. 피해 영상물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신상정보가 노출되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플랫폼 사업자의 정보관리 책임을 점검하고 나선 것이다.

성평등가족부는 2026년 10월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네이버, 카카오, 구글, 메타, 틱톡, 네이트, 디시인사이드, 엑스(X) 등 국내외 주요 플랫폼 사업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디지털성범죄 피해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강화, 삭제요청 정보 관리체계 점검, 피해영상물의 신속한 삭제·접속차단 및 온라인 재유통 방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구글 유출 사태가 부른 긴급 점검

이번 간담회는 구글의 디지털성범죄 피해영상물 삭제요청 내역이 외부 연구 사이트에 무단 공개된 사건이 발단이 됐다. 정부는 2026년 8월 25일 피해자와 지원기관이 구글에 불법촬영물 삭제를 요청하며 제출한 이름, 나이, 직장, 학교, 연락처, 구체적 피해 내용 등이 해외 연구 프로젝트 사이트에 노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는 8월 28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를 거쳐 식별 가능 정보 10여 건을 긴급 차단했다. 9월 1일에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관련 게시물 200여 건을 추가로 차단했다. 이어 9월 5일 구글코리아 측과 대면 회의를 열어 유감을 표명했고, 최초 인지 13일 만인 9월 7일 새벽 해당 사이트의 한국 이용자 삭제요청 내역 전체가 차단됐다. 구글은 9월 9일 한국에서 접수되는 삭제요청 자료를 외부에 공유하지 않겠다는 확약 공문을 보내며 공식 사과했다.

민감정보 최소 수집과 제3자 제공 금지

간담회에서 정부와 플랫폼 사업자들은 삭제요청 접수부터 처리까지 전 과정의 관리 체계를 집중 점검했다. 플랫폼이 삭제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목적 외 이용이나 외부 공유를 차단하고, 민감정보 수집을 최소화하는 기술적 조치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긴급 사안이 발생했을 때 정부와 플랫폼이 즉각 소통해 피해영상물을 차단하는 핫라인 구축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사례를 특정 플랫폼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모든 플랫폼이 정보관리 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플랫폼 사업자와 긴밀히 소통하며 삭제지원 체계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법적 책임과 규제 리스크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피해자 정보 관리는 실무적 보안 문제를 넘어 법적 책임 문제로 떠올랐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17조와 제18조는 정보주체의 동의 없는 제3자 제공을 금지하며, 제23조는 성생활 등 민감정보 처리를 엄격히 제한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9월 7일 구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뒤 위법 여부를 정식 조사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1항은 부가통신사업자가 불법촬영물등을 인식하면 지체 없이 삭제·접속차단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한다. 제2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일정 규모 사업자에게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의무화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2025년 10월 23일 사업자의 사전 유통방지 조치 의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어(2021헌마290·1521 병합),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보안과 기술적 조치 기준은 한층 엄격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