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법인을 운영하다 빚더미에 오른 뒤 세무서에 폐업 신고만 내고 방치하더라도 채무는 사라지지 않는다. 주주 유한책임 원칙 뒤에 숨어 법인을 방치하면 과점주주 제2차 납세의무와 법인격 부인으로 대표자 개인이 사재로 빚을 떠안거나 형사 책임까지 질 수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역전세 여파로 한계에 봉착한 1인 법인이 급증하면서 채무 정리 절차를 둘러싼 법률 질의가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 지식iN 등 법률 상담 창구에는 부채를 떠안은 1인 법인의 폐업·해산·파산 절차를 묻는 문의가 이어졌다. 서울회생법원 상담위원이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사기 대응 법무지원단 위원으로 활동하는 남화진 법무사는 단순 폐업 신고나 법인 방치는 사업자등록 효력만 정지시킬 뿐 법인등기부상 법인격과 채무 자체를 없애지 못한다고 짚었다.

방치해도 빚 안 사라져…세금 2차 납세의무 직격

상법 제331조는 주주의 책임은 그가 가진 주식의 인수가액을 한도로 한다고 규정한다. 원칙적으로 주주 개인이 법인 채무를 직접 사재로 갚을 의무는 없다. 하지만 과점주주에게는 조세 채무가 예외 없이 따라붙는다.

국세기본법 제39조는 법인 재산으로 국세나 가산금 등을 충당할 수 없을 때 지분 50%를 초과 보유한 과점주주에게 부족분의 제2차 납세의무를 지운다. 1인 법인의 대표이자 100% 지분을 가진 주주는 법인이 체납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전액을 개인 재산으로 납부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과점주주 제2차 납세의무 조항이 법인격을 악용해 채무와 손실을 회사에 떠넘기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합헌 조항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휴면회사 청산종결 간주돼도 채무는 존속

등기를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상법 제520조의2에 따라 마지막 등기 후 5년간 등기를 하지 않으면 해산한 것으로 간주되고, 그로부터 3년 안에 계속등기를 하지 않으면 청산종결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상 청산종결 간주 처리가 이뤄지더라도 변제되지 않은 채무 자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잠재적 채권자가 나타나면 청산 사무는 여전히 종결되지 않은 상태로 취급된다.

대표자 개인을 상대로 한 채권 추심과 민사소송도 피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1인 회사가 외형상 법인 형태를 갖추었더라도 실질적으로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법률 적용 회피 수단으로 남용된 사안에서 법인격 부인론을 일관되게 적용해 왔다. 채무 면탈을 목적으로 법인 제도를 악용한 경우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대표자 개인에게 회사 빚을 갚으라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2004다66892 판결 등).

형사 처벌 위험 차단하려면 법인파산 밟아야

특히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1인 법인 명의로 다수의 임대차계약을 맺은 뒤 회사를 방치하면 형법 제347조의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를 당할 수 있다. HUG 등 공공기관 역시 전세보증금 대위변제 후 임대 법인과 악성 임대인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과 강제경매를 거쳐 끝까지 은닉재산을 추적한다.

법조계에서는 채무초과 상태에 빠진 1인 법인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05조와 제306조에 따른 법인파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잔여 자산을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환가·배당하고 파산을 종결해야 대표자의 횡령·배임 시비나 채권자의 강제집행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 그래야 복잡한 법률관계도 온전히 정리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