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건을 수사하는 근로감독관이 검사의 지휘 없이 독자적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시대가 열렸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3년 만에 특별사법경찰관 대상 검사의 직무상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노동형사 사건의 초기 수사 단계가 핵심 승부처로 떠올랐다.
고용노동부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일인 2026년 10월 2일에 맞춰 훈령인 「노동감독관 수사규칙」을 전면 시행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앞서 9월 30일 본부 간부와 전국 49개 지방고용노동관서장이 참석한 전국 기관장회의를 열고 노동감독관 수사권 독립에 따른 대응 체계를 점검했다.
새 제도 도입으로 전국 5,899명의 노동감독관은 임금체불, 중대재해, 부당노동행위 등 노동관계법 위반 사건을 직접 수사한다. 검사 지휘를 거치지 않고 직접 수사를 개시·진행하며 불송치나 송치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종전에는 노동감독관이 영장을 신청하거나 내사 및 사건을 종결할 때마다 관할 검찰청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아야 했다.
독자적 권한 행사에 따른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본부와 7개 지방고용노동청에는 '수사심의위원회'가 설치됐다. 수사·법률·노동정책·산업안전보건 전문가 등 외부위원을 포함해 10명 이상 20명 이하로 꾸려진 심의위원회는 고소·고발인과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의 이의제기를 심의하고 수사의 적법성을 점검한다.
수사 절차와 지휘 책임도 재편됐다. 제정된 노동감독관 수사규칙은 지방고용노동관서장이 관할 사건의 최종 책임을 지고 부서장이 실질적인 수사 지원을 보좌하도록 규정했다. 사회적 파급력이 크거나 여러 지역에 걸친 사건은 노동부 본부가 직접 지원하며, 법적 쟁점이 복잡한 사안은 검사의 지도·조언을 활용한다.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 과정도 개편됐다. 고용노동부는 12주간 진행되는 신규 감독관 교육 중 8주를 실습 중심의 '수사학교'로 운영해 모의 사건 접수부터 종결까지 훈련하기로 했다. 재직 감독관에게는 노동형사법 교육을 확대하고 2027년을 목표로 최초의 전문 훈련 기관인 '(가칭)노동수사교육센터' 신설을 추진한다.
김영훈 장관은 전국 기관장회의에서 "고용노동부는 이번 수사권 독립을 계기로 한 발 더 도약해야 한다"며 "각 지방관서장은 단순한 행정 관리자가 아니라 관할 지역 노동사건 처리의 최종 책임자인 만큼 일선 감독관의 판단을 존중하되 국민 눈높이에서 사건을 세심히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현장에서는 검사 지휘가 사라져 체불임금 구제 등 사건 처리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법리 판단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엇갈린다. 울산 지역의 경우 2026년 9월 30일 기준 노동감독관 정원 154명 중 39명이 결원(충원율 74.7%) 상태다. 이처럼 현장 인력이 부족해 독자 수사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정 형소법과 노동감독관 수사규칙이 시행됨에 따라 향후 노동사건 대응 방식도 달라지게 됐다. 노동감독관이 1차 수사종결권을 행사하므로 기업과 노동자 모두 검찰 송치 이전인 노동청 조사 단계에서 사실관계 확정과 법리 입증에 집중해야 한다. 오는 12월 8일에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감독 업무를 지방정부로 일부 분산하는 '지방노동감독관 제도' 시행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