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을 내고 영업을 이어가던 상습 담합 사업자가 앞으로는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민생 밀접 17개 업종을 대상으로 등록취소와 영업정지 제도를 도입하고, 담합 처분시효를 최장 15년까지 늘리는 제재 개편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2026년 9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반복 담합 근절 입법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담합 억지력 강화, 담합 적발률 제고, 시정조치의 실효성 제고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공정거래법과 17개 개별 법률 개정안을 공동 발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5년 내 2회 적발 땐 퇴출…처분시효 15년 연장

핵심 대책은 반복 담합 사업자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장치 마련이다. 최근 5년 이내에 2회 이상 담합한 사업자를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관계 부처에 제재를 요청하면, 각 부처가 개별 사업법에 근거해 등록취소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했다.

적용 업종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4대 분야 17개 업종이다. 소방시설업과 전기공사업, 설계·감리업, 측량업 등 4개 업종은 등록취소와 영업정지가 모두 가능하도록 규정된다. 의약품 제조·수입업, 석유정제·판매업, 승강기 제조·유지관리업, 폐기물처리업, 여객·화물자동차운송업 등 13개 업종은 영업정지 대상에 포함된다.

담합 조사와 처분의 시효도 대폭 늘어난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지 않은 사건의 처분시효를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80조 개정을 추진한다. 조사 착수 후 5년의 조사 시효를 더하면 최장 처분 가능 기간은 현행 12년에서 최대 15년으로 늘어난다.

가격재결정명령 명문화…자진신고자 혜택 축소

공정거래법 제42조에 '담합 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으로의 가격재결정명령'을 시정조치의 정규 유형으로 신설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기존에는 포괄 조항인 '그 밖에 필요한 시정조치'를 활용해 분쟁이 잦았으나, 명시적 법적 근거를 둬 왜곡된 시장가격을 강제로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담합 자진신고자(리니언시) 혜택은 축소된다. 공정거래법 제44조를 개정해 1·2순위 자진신고자의 과징금 감면과 형사고발 면제는 유지하되, 가격재결정명령 등 적극적 시정조치 감면 혜택은 배제한다. 시정조치가 담합 참여자 전원에게 동시에 적용되지 않으면 시장가격 정상화 효과가 제한된다는 판단에서다. 공정거래법 제41조를 손질해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BRIAS)의 의무 정보제공 기관에 교육청을 명시하기로 했다.

제재 강화 속 과잉 처벌 우려 병존

이번 대책은 제분과 제당, 제지 등 과거 수차례 과징금을 부과받고도 담합을 되풀이한 관행을 끊기 위해 마련됐다. 불법 이익이 과징금 규모를 넘어서는 구조적 한계를 면허 취소라는 강력한 행정처분으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법조계와 산업계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담합의 고의성과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가리지 않은 채 횟수만을 기준으로 면허를 박탈하는 방식은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진신고자에게 가격재결정명령을 그대로 부과하면 내부고발 유인이 줄어들어 카르텔 적발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당정은 협의회 직후 관련 법안들을 발의하고, 2026년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에 착수해 패키지 입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