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취득한 친일재산을 후손이 법 시행 전 제3자에게 먼저 팔아넘겼더라도 매각대금을 국가에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후손 측이 국가의 청구 시효가 지났다고 맞섰으나 법원은 이를 권리남용으로 보고 배척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2026년 10월 8일 정부가 친일반민족행위자 고(故) 신우선의 후손들을 상대로 낸 친일재산 매각대금 부당이득반환 청구 및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국가 전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법무부는 10월 12일 이 같은 판결 결과를 알렸다.

사실관계

신우선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찬의로 활동하며 일제로부터 한국병합기념장과 다이쇼대례기념장을 받는 등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인물이다. 신우선은 1913년과 1917년 일제로부터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대 토지를 사정받아 취득했다.

이후 해당 토지에서 분할된 14필지를 물려받은 후손들은 1993년부터 2005년 사이 13필지를 제3자에게 매각했다. 광복회는 2019년 10월 해당 토지의 환수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토지·임야조사부와 폐쇄등기부 등 공부 조사를 거쳐 2026년 1월 14일 소송을 냈다.

재판부 판단

환수 대상은 후손들이 제3자에게 매각한 13필지의 대금 약 24억3,000만 원과 현재까지 보유 중인 잔여 1필지(공시지가 기준 약 2억7,000만 원 상당) 등 총 27억 원 규모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친일재산은 국가 소유로 귀속되지만, 선의의 제3자가 취득한 권리는 해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미 팔린 토지는 후손에게 매각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도록 청구하고, 남은 1필지는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했다.

소송 과정에서 피고인 후손들은 국가재정법 제96조를 근거로 들며 국가의 금전채권은 5년 동안 행사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후손들의 주장을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 의의

이번 판결은 과거 제1기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다루지 못했던 법 시행 전 처분 재산까지 국가 환수의 문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법원이 2016년 특별법 시행 전 처분 재산도 환수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고, 2024년 12월 후손의 소멸시효 항변을 권리남용으로 판단한 법리가 하급심에서 확고하게 안착했다.

법무부는 피고 측의 항소 여부를 지켜보며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 차관은 이번 판결이 오는 12월 3일 출범할 제2기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환수 업무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출범하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