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게시물이나 릴스 댓글 창에서 심각한 욕설과 패륜적 폭언을 당해 캡처본을 쥐고 경찰서를 찾는 피해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온전한 증거를 갖춰 고소장을 내더라도 가해자가 처벌을 피하고 사건이 불송치나 각하로 종결되는 사례가 잇따른다.
단순 모욕이나 명예훼손 혐의만으로는 인스타그램 본사인 미국 메타(Meta) 플랫폼에서 작성자의 접속기록(IP)이나 가입자 인적사항을 넘겨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5년 4월 29일 대구달서경찰서가 처리한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 사건에서도 혐의사실의 상당성은 인정됐으나 메타로부터 계정 가입정보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피의자 불특정으로 '증거불충분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인스타그램 등 해외 플랫폼 악플 고소가 가로막히는 주된 원인은 국제사법공조의 요건인 '쌍방가벌성' 부재다. 한국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지만, 미국법에는 단순 모욕죄가 없다. 메타의 가이드라인 역시 살인, 테러, 아동성착취물 등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강력범죄에 한해 영장 집행 정보를 임의제공하며,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보는 단순 모욕 요청은 거절한다.
피해자의 '특정성' 입증도 높은 문턱이다. 모욕죄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가 성립하려면 제3자가 글을 보았을 때 피해자가 오프라인 현실 세계의 누구인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 본인 얼굴 사진이나 실명, 소속, 직장이 없는 이른바 '부계정'이나 익명 계정 상태에서 욕설을 들었다면 특정성 결여로 수사 착수 자체가 어려워진다.
프로필이 익명이라 하더라도 지인들과 댓글로 교류한 내역이나 다른 실명 SNS 계정과 연결된 링크 등 현실 신원과 닿아 있다는 정황 증거를 미리 확보해 제출하면 특정성을 보완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2007도8155)는 비공개 대화방이라도 상대방이 해당 내용을 타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한다.
실무상 가해자를 추적해 처벌에 이르게 하려면 죄명 구성 전략이 중요하다. 법조계에서는 단순 모욕죄 단독 고소 대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표현이 있을 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의 통신매체이용음란죄를 적용하거나, 해악을 고지한 경우 형법 제283조의 협박죄를 함께 엮어 고소장을 꾸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범죄나 위해 협박 혐의가 결합되면 미국법상으로도 처벌 대상이 되어 메타의 수사 공조 회신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커진다.
신속한 증거 채증과 대응 시점도 성패를 가른다. 메타는 계정 삭제 시 관련 데이터를 즉시 파기하거나 짧은 기간만 보관한다. 악플 작성자가 탈퇴하기 전에 댓글 원본, 계정 고유 ID, 작성자 프로필 링크(URL), 전후 대화 맥락이 온전히 드러난 캡처본을 남겨 고소해야 한다. 모욕죄는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