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뒤 전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해 속을 태우던 한부모가족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국가에서 양육비를 먼저 받을 수 있게 된다. 양육비는 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아동의 생존과 성장에 직결된 권리라는 취지에서 제도 문턱을 크게 낮췄다.
성평등가족부는 개정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에 따라 2026년 10월 29일부터 양육비 선지급제의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 요건을 전면 폐지하고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 3월 31일 본회의에서 양육비 선지급 대상의 소득 요건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가결했다.
지원 금액은 미성년 자녀 1인당 월 최대 20만 원이며, 자녀가 성년인 만 18세에 이를 때까지 지급된다. 다만 집행권원에 적힌 양육비 금액이 월 20만 원에 못 미치면 정해진 금액을 한도로 지급한다. 개정 법률 제21조의14에 따라 선지급금과 이를 받을 권리는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고 압류도 금지된다.
소득 기준은 사라졌지만 필수 요건은 유지된다. 신청인은 법원 판결문, 화해·조정조서, 양육비부담조서 등 법적 '집행권원'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양육비이행법 시행령 제17조의5에 따라 신청 직전 3개월 또는 최근 연속 3회 동안 실제로 받은 양육비의 월평균 금액이 선지급 기준액인 20만 원 미만이어야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법률지원이나 채권추심을 신청했거나 가사소송법에 따른 이행확보 절차를 거친 이력도 필요하다.
국가가 먼저 지급한 돈은 비양육자인 채무자에게서 강제 회수한다. 미납 시 채무자 본인의 동의 없이도 금융·신용·보험·과세 정보를 조회하며, 「국세징수법」상 체납처분 절차에 따라 강제 징수에 나선다. 운전면허 정지와 출국금지, 명단공개 등 행정제재도 함께 따른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양육비 선지급제의 소득기준이 폐지되면서 보다 많은 한부모가족이 국가의 지원으로 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며 "양육비는 자녀의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인 만큼 제도를 몰라 지원받지 못하는 가정이 없도록 적극 알리고, 양육비 채무자의 책임 이행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제도가 확대되면서 서류 심사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다. 로엘법무법인 문은정 변호사는 "소득·재산을 조사하는 절차가 빠지면 신청에서 지급까지 걸리는 심사 시간 자체가 대폭 줄어든다"며 "양육비 문제에서는 그 시간이 곧 아이의 생활"이라고 평가했다.
실무상 주의할 점도 적지 않다. 선지급제는 밀린 양육비 전액을 대신 주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청출 김광식 변호사는 "선지급제는 미성년 자녀 1인당 월 최대 20만 원 한도 안에서 지원하는 제도"라며 "선지급액을 초과하는 나머지 양육비 차액은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법률지원이나 강제집행 등 별도의 법적 수단을 병행해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증이나 법원 판결 없이 당사자 간 합의서만 갖고 있던 한부모라면 가사비송이나 양육비 청구 소송을 먼저 제기해 집행권원부터 얻어야 한다. 종전에 중위소득 150%를 초과해 탈락했던 대상자 역시 자동으로 재심사되지 않는다. 오는 10월 29일 이후 양육비이행관리원 누리집이나 현장 방문으로 새로 신청해야 한다. 법 시행일 이후 결정된 지원금은 매월 25일경 본인 명의 계좌로 입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