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거래 사기 피해를 입고 증거를 모아뒀더라도 고소를 미루면 범인을 잡기 어려워진다. 사기범이 보낸 피싱 메일에 실명 계좌번호가 적혀 있더라도, 범행과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입증되지 않으면 법원에서 계좌 추적 압수수색영장을 받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넘겨주고 대금 200만 원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4년 만에 경찰에 사건을 접수했으나 수사가 난항을 겪는 사례가 나왔다. 피해자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은행 미입금 명세,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인 더치트에 등록된 실명 계좌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담당 수사관은 피싱 메일 속 계좌만으로는 직접 연관성이 부족해 법원의 금융영장 발부가 어렵고 불송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사기죄 자체의 공소시효가 남아 있어도 수사가 막힐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형법 제347조상 사기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며,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공소시효는 10년이다. 4년이 지난 시점이라도 법률상 공소시효는 유지된다.
문제는 수사에 필수적인 디지털 흔적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 제41조 제2항에 따르면 인터넷 접속기록이나 통신 로그의 법정 의무 보관 기간은 3개월 이상이다. 대다수 포털이나 메신저, 게임사는 3개월에서 1년이 지나면 서버 접속 기록을 파기한다. 사건 발생 후 수년이 지나면 역추적할 통신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메일 발신인과 계좌 명의자를 연결하기 어렵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지 않고는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도록 정한다.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 역시 해당 사건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피싱 메일 속 계좌가 대포통장이거나 도용된 명의일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단순 기재 사실만으로는 법원의 엄격한 영장 심사를 넘기 어렵다.
수사가 지연된다고 해서 상대방의 계좌번호나 이름을 인터넷 커뮤니티,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는 행위는 금물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위반 문제도 함께 발생해 피해자가 도리어 피의자로 전환될 위험이 있다.
경찰이 피의자 특정 불가나 입증 곤란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다면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에 따라 관할 경찰서장에게 이의신청서를 낼 수 있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사건은 검찰로 송치된다. 법무법인 강현 장우건 변호사는 메일 원본 파일(eml)의 헤더와 발신 IP, 파일 메타데이터, 다른 피해 신고 내역 등을 보강해 수사기관에 범죄 연관성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영장 청구 요건을 갖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