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40억 원과 전문인력 요건을 갖춘 기업은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도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증권을 직접 발행할 수 있게 된다. 미술품이나 부동산 등 조각투자 상품에 머물던 토큰증권 발행 범위도 일반 주식과 국채, 회사채 등 정형증권 전반으로 확대된다.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 제도 도입을 위한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 시행령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 등 5개 하위법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예고 기간은 10월 2일부터 11월 11일까지 40일간이다. 개정 법규는 2026년 2월 공포된 개정 모법 시행일에 맞춰 2027년 2월 4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개정안은 증권을 직접 전자등록·관리하는 신설 제도인 '발행인계좌관리기관'의 등록 요건을 구체화했다. 전자증권법 시행령 개정안 제11조의2 등에 따라 최저자기자본 40억 원 이상을 확보해야 하며, 사후에도 등록 요건의 7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인력 기준으로는 계좌관리 전문인력 1명, 내부통제 전문인력 1명, 전산 전문인력 2명 등 총 4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규정했다. 요건을 갖춘 핀테크·스타트업은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자체 분산원장 계좌부로 증권을 직접 발행·관리할 수 있다.
발행 대상 증권 범위도 대폭 넓어졌다. 전자증권법 시행령 개정안 제17조의2는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수익증권뿐 아니라 주식, 사채, 국채, 지방채, 채무증권, 신탁수익권, 증권예탁증권 등 기존 자본시장법상 주요 증권을 모두 분산원장 전자등록 대상에 포함했다. 종전에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거쳐 한정된 자산의 조각투자만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정규 제도권 안에서 주요 유가증권을 토큰화할 수 있게 된다.
유통 시장 제도 정비와 투자자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했다. 금융위는 비상장주식과 비금전신탁수익증권에 더해 채무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장외거래소 인가단위를 신설했다. 다만 시장 과열과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일반투자자의 장외거래소 투자 한도는 거래소별 연간 순매수 기준 1억 원으로 제한된다.
공적 장부 역할을 할 분산원장의 기술 요건은 엄격하게 설계됐다. 전자증권법 시행령 개정안 제17조의3에 따라 분산원장은 전자등록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 외에 2개 이상의 계좌관리기관이 참여해 최소 3곳 이상에 분산 보관해야 한다. 전자등록 이용 과정에서 이더리움 가스비와 같은 직접적 수수료를 지급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 같은 폐쇄형 요건을 두고 업계에서는 글로벌 확장성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신애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는 이데일리 마켓인과의 인터뷰에서 분산원장 요건을 두고 "프라이빗으로 하면 안에서만 돌아가게 돼 사실 블록체인의 장점이 제한된다"고 짚었다. 허가된 금융기관 노드 중심의 네트워크 운영이 퍼블릭 블록체인과의 연계를 막아 해외 자산 거래와의 호환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주경제에 "입법예고 기간 중에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토큰증권 정책 방향에 대한 업계 의견을 공식 입법절차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금융위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2027년 2월 4일 시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