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전면 폐지된 새 형사사법 체계에서 젠더폭력 피해자가 수사 초기 진술과 불복 절차를 놓치지 않도록 정부가 법률 지원망을 넓힌다. 사건 성패를 가를 경찰 첫 조사부터 변호인 조력을 받도록 돕는다. 형사사건 무료법률지원 수임료 한도도 기존 15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66.7% 올린다.
성평등가족부는 2026년 10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달라진 형사절차, 젠더폭력 피해자 권리 놓치지 않도록 지원 강화」 대책과 「젠더폭력 피해자 권리체크 10」 안내서를 발표했다. 10월 2일 검찰청 폐지와 함께 법무부 산하 공소청이 출범하고,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달라진 형사절차와 10대 권리
이번 대책의 핵심은 경찰 수사 단계에 조력을 집중하는 방안이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195조 제1항 후단과 제196조가 삭제되면서 검사의 직접 수사권은 물론 송치사건 직접 보완수사권까지 사라졌다. 과거에는 경찰 수사가 미진해도 검사가 직접 증거를 모으거나 피해자를 조사할 수 있었으나, 이제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만 있다(제197조의2). 경찰의 초동 수사와 첫 피해자 진술이 사건 전체의 기소 여부를 좌우하는 구조로 바뀐 셈이다.
성평등가족부가 배포한 안내서는 피해 발생 초기부터 판결까지 거쳐야 할 10개 핵심 절차를 담았다. 초기 상담과 무료법률지원 신청(1단계), 사건 접수와 사건번호 확인(2단계), 첫 조사 시 변호사나 신뢰관계 조력자 동석(3단계), 가해자 분리를 위한 신변보호 조치 요청(4단계), 정당한 사유 없는 6개월 이상 수사 지연 시 이의제기(5단계, 제245조의11)가 포함됐다.
수사 종결 이후의 불복 절차도 정비했다.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을 때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이의신청을 내야 하는 점(제245조의7), 송치 이후 공소청 검사에게 면담을 신청하고 의견서를 제출하는 절차(제245조의13), 미진한 수사의 보완수사와 재수사 진행 확인, 불기소 처분 시 항고와 재정신청 단계까지 망라했다. 성폭력이나 스토킹 등은 전건 송치되지만, 교제폭력 가운데 일반 폭행·협박죄로 입건된 사건은 경찰 선에서 불송치 종결될 수 있어 피해자가 3개월 이의신청 기한을 지키는 일이 중요해졌다.
지원 예산 증액과 현장 체계
정부는 실질적인 조력을 위해 2027년부터 형사사건 수사 단계와 1심 재판 무료법률지원 변호사 수임료 한도를 건당 15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인상한다. 관련 무료법률지원 예산도 2026년 39억 원에서 2027년 43억 원으로 4억 원 늘린다.
여성긴급전화 1366, 전국 625개 피해자 지원기관, 257개 상담소와 370여 명 규모의 전문 변호인단도 연계해 가동한다. 피해자 지원기관과 법률지원기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피해자 지원 민관 협력 TF'를 꾸려 현장 혼선을 줄이고 실무 매뉴얼도 제작한다. 수사기관 종사자 대상 2차 피해 방지 전문교육 대상은 2026년 2,500명에서 2027년 5,000명으로 두 배 늘린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피해자의 사법 접근성과 실질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며 "변화된 형사사법 절차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피해자 입장에서 공소 유지 약화나 신변보호 적시 조치 미흡 등 우려가 있는 만큼 새 제도로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공적 안전망이 되겠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와 한계
제도적 보완에도 불구하고 수사 공백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로 생긴 공백을 피해자 안내와 변호인 조력 같은 간접 지원만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원 규모의 격차도 과제로 꼽힌다. 성평등가족부의 연간 무료법률지원 처리 규모는 형사·민사·가사를 합쳐 3,200건 안팎이며 내년 형사사건 지원 목표는 400~500건 수준이다. 반면 2024년 기준 성폭력 형사입건 사건만 3만 6,180건에 달해 실제 발생하는 피해 규모를 모두 감당하기에는 지원 대상의 폭이 좁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성평등가족부는 10월 8일부터 안내서를 누리집과 현장 지원기관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무료법률지원 한도 인상과 전문교육 확대는 2027년 1월 예산 집행과 함께 본격 시행된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2027년 2월 5일에는 재정신청 대상 확대가, 2027년 8월 5일에는 압수·수색 영상녹화 제도가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