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채무자가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해 갚겠다고 속이고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면 단순 채무불이행을 넘어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사기죄는 돈을 빌리는 시점에 변제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고소 이후 일부 금액을 뒤늦게 갚더라도 범죄 성립 자체가 무효로 돌아가지 않는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 제3호에 따르면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가입자는 신청일로부터 5년 이내에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 적립금을 중도인출할 수 있다. 법적으로 중도인출 사유에 해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채무자가 실제로 법원이나 소속 회사에 신청 서류를 접수하지 않았거나 인출 심사가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거짓 핑계를 대며 돈을 빌렸다면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은 차용 당시 피고인이 확실한 변제 의사가 없거나 약속한 기일 내 변제할 능력이 없는데도 변제할 것처럼 가장해 금원을 받은 경우 편취의 고의를 인정해 왔다(2017도20682).
기존 채무를 수년 동안 갚지 못한 상태에서 실현 가능성이 불확실한 퇴직연금 수령을 핑계로 추가 차용을 거듭했다면 수사기관에서 변제 자력 및 용도 기망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채권자는 상대방의 거짓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계좌 입금 내역, 변제 약속 메시지, 퇴직연금 승인을 핑계로 기한을 미룬 통화 녹음 파일 등을 증거로 확보해야 한다.
법무법인 쉴드 정진욱 변호사는 "기존 채무를 장기간 변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가 차용을 진행하고 실현 불확실한 변제 계획을 제시했다면 기망 의사를 다툴 수 있다"며 "고소 이후 일부 변제가 이루어지더라도 이는 양형이나 합의 정황에 참작될 뿐 기망행위 성립 자체를 부정하는 사유는 아니므로 고소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개인회생 중인 지인에게 퇴직연금 변제를 조건으로 돈을 빌려줄 때는 실제로 회사나 금융기관에 중도인출 신청이 정상 접수됐는지 증빙 서류를 직접 확인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