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이 재산분할과 위자료 다툼으로 길어질 때 가족관계등록부상 서류 정리부터 서두르려는 당사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법원에 판결로 이혼만 먼저 떼어 선고해 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실무상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일부조정' 절차를 거쳐야 혼인관계 선(先) 정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가사소송법 제14조에 따르면 이혼 청구와 이에 수반되는 위자료, 재산분할, 친권 및 양육권 지정 청구는 하나의 소송 절차에서 병합해 심리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200조의 일부판결 규정이 가사소송법 제12조에 따라 준용되지만, 법원은 판결 모순을 막고 분쟁을 일괄 해결하기 위해 단독으로 이혼 판결만 먼저 선고하는 방식을 사실상 채택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반소를 제기하거나 위자료·재산분할을 청구하고 있다면 판결로 분리해 처리하기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서류상 혼인관계를 신속히 정리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일부조정'이다. 가사소송법 제49조 및 제59조에 따라 부부 양측이 이혼 자체에 동의한다면 조정기일에서 '이혼' 조항만 우선 성립시키고, 나머지 위자료나 재산분할 다툼은 본안 변론으로 돌려 심리를 이어갈 수 있다. 조정조서가 작성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생겨 혼인관계가 곧바로 해소된다. 이어 조정 성립일부터 1개월 이내에 관할 관청에 이혼 신고를 마치면 된다.
법무법인 안팍 안주영 변호사는 "병합된 관련 청구는 원칙적으로 하나의 판결로 재판하므로 양측이 이혼을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이혼 부분부터 따로 판결받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며 "양측 동의 하에 이혼 부분만 먼저 일부조정으로 성립시키고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계속 심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조정으로 이혼을 먼저 확정할 때는 세 가지 실무상 주의점이 따른다. 첫째, 조정조서에 잔여 청구 유보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이혼만 성립하고 나머지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는 계속 심리한다'는 취지를 기재하지 않고 포괄적 청산 조항이나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는 문구가 들어가면 남은 권리가 소멸할 위험이 있다.
둘째, 제척기간 관리다.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에 규정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 선 이혼 조정이 성립하는 순간 2년의 제척기간 시계가 돌아가므로 남은 소송을 취하하거나 방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셋째, 재산 보전처분과 협상력 관리다. 주선민 변호사는 "이혼만 먼저 확정되면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고 생활상 지위가 곧바로 변경된다"며 "이혼을 먼저 처리하더라도 금액 산정을 위한 재산자료 제출과 가압류 등 증거·자산 보전 절차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