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돈을 갚지 못해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채무자 가운데 상당수는 피해액을 모두 변제하면 형사 절차가 곧바로 끝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원금을 전액 갚고 고소 취하서를 받더라도 경찰 수사와 검찰 기소, 법원 재판 절차는 법적으로 자동 종결되지 않는다.

형법 제347조가 규정한 사기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비친고죄에 해당한다. 고소인이 수사기관에 고소 취소장을 내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도 국가기관의 형사소추 권한 자체가 소멸하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타인을 속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순간 사기죄가 성립해 기수에 이른다고 일관되게 판단한다. 범죄가 성립한 이후 피고인이 취득한 금원을 사후에 반환하거나 피해를 변상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범죄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다(85도2748 판결).

사기죄 성립 여부를 가르는 핵심 기준은 사후 변제 여부가 아니라 돈을 교부받을 당시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다. 차용 당시 변제 자금 마련 방법이나 용도를 사실대로 알렸고 실제 갚을 능력과 의사가 있었다면 이후 사업 실패나 사정 변경으로 갚지 못했더라도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친다. 반면 처음부터 변제 능력이 없었거나 용도를 속여 돈을 빌렸다면 사후에 돈을 갚더라도 사기죄 성립을 피하기 어렵다.

피해 변제와 합의는 범죄 성립을 뒤집지는 못하지만 형사처분 수위와 양형 단계에서 중요한 감경 사유로 작용한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사기범죄에서 처벌불원이나 실질적 피해 회복은 특별양형인자 중 감경요소로 반영되며, 상당한 피해 회복과 진지한 반성은 일반양형인자 감경요소로 다뤄진다.

과거 실형 전력이 있는 피의자라면 형 집행 종료 시점도 점검해야 한다. 형법 제35조에 따른 누범 가중은 금고 이상의 형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뒤 3년 이내에 다시 죄를 범했을 때 적용된다. 집행 종료 후 3년이 지났다면 법률상 누범 가중 대상은 아니지만, 양형 심리 과정에서 동종 전력 유무 등 일반양형인자로 불리하게 반영될 수 있다.

경찰에서 관할 이송 통지를 받았다면 본격적인 피의자 조사가 시작되는 단계이므로 철저한 자료 준비가 필수적이다. 차용 당시의 재산 상태와 사업 현황, 실제 자금 사용처, 기존 변제 내역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당시 속일 의도가 없었음을 객관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피해자와 합의할 때도 변제 금액과 기한, 고소 취하 및 처벌불원 의사를 합의서에 명확히 적어 수사기관에 제출해야 실질적인 감경 판단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