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 법관이 발부한 영장 원본을 적법하게 제시했는지 증명할 책임은 수사기관에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압수자가 영장 원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다투는 경우, 수사기관이 적법 제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해당 압수 절차는 위법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피의자 A 씨 등이 제기한 수사기관의 압수에 관한 처분 취소·변경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2024모3867).
사실관계
수사기관은 2024년 8월 23일 피의자 A 씨의 주거지와 A 씨 등이 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 사무실 등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이에 A 씨 등은 수사기관이 집행 당시 내용 중 상당 부분을 가린 영장 사본만을 교부했을 뿐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압수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를 제기했다.
원심 판단
원심은 준항고인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영장 집행 당시 수사기관이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는다고 봤다. 영장 제시에 관한 위법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A 씨 등의 준항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은 피압수자로 하여금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라는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형사소송법이 정한 압수·수색영장의 필요적 기재사항이나 그와 일체를 이루는 사항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압수·수색영장 원본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전제했다. 현장에서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람이 여럿이라면 원칙적으로 모두에게 개별 제시해야 한다고도 짚었다.
재판부는 특히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영장이 적법하게 제시되었다는 점은 영장의 집행기관인 수사기관이 이를 구체적으로 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으로서는 석명권 행사 등을 통해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압수·수색영장이 적법하게 제시되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도록 한 다음, 증명이 없는 경우 집행 절차에 위법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했어야 한다"며 "수사기관에 증명을 촉구하지 않은 채 판단한 원심은 증명책임 법리를 오해해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