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를 밀린 세입자가 집주인의 계약해지 내용증명이 집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 밀린 돈 일부를 급히 송금하면 쫓겨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계약해지를 피할 수 없으며 집주인의 명도 요구에 응해야 한다.
최근 인터넷 법률 상담 창구에는 주택 월세를 2달 연체한 세입자에게 계약해지 내용증명을 보냈다가 분쟁에 휘말린 임대인의 사연이 올라왔다. 세입자는 내용증명이 도착한 당일 오전 10시에 월세 1달분을 집주인 계좌로 입금했고, 우체국 내용증명은 같은 날 오후 1시에 세입자에게 배달됐다. 세입자는 계약해지 통보가 도달한 시점에는 연체액이 1달분으로 줄었으니 계약 기간까지 살겠다고 버텼다.
민법 제640조는 건물 임대차에서 임차인의 차임 연체액이 2기분에 달하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111조 제1항의 도달주의 원칙 때문에 실무에서는 해지 통보가 세입자에게 도달한 시점에 2기분 연체가 유지되어야 해지가 유효한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려 왔다. 세입자들 사이에서도 내용증명 배달 직전에 서둘러 일부를 송금하면 계약해지를 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대법원은 세입자의 기습 변제로 해지를 무력화할 수 없다는 기준을 명확히 세웠다. 대법원은 2026년 6월 24일 건물인도 소송 상고심(2024다320215)에서 임대인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법정 차임 연체액에 달했는지는 임대인의 계약해지권 발생 요건이라고 판단했다. 차임 연체액이 기준에 달했다면 그 즉시 해지권이 발생하며, 해지의 의사표시가 임차인에게 도달한 시점을 기준으로 연체액을 다시 따지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해지권을 행사할 당시 법정 기준 이상의 차임 연체가 있었던 이상 해지의 의사표시가 임차인에게 도달하기 전에 임대인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차임이 지급되어 연체액이 기준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의 계약해지권이 소멸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주택은 2달분, 상가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에 따라 3달분의 월세가 밀려 집주인이 해지 내용증명을 발송하거나 소송을 냈다면 도달 직전의 변제는 효력을 뒤집지 못한다. 세입자가 계약을 지키려면 집주인이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밀린 월세를 기준선 아래로 낮춰 두어야 한다.
임대인 역시 주의할 점이 있다. 대법원이 짚은 '특별한 사정'은 집주인이 세입자의 기습 입금에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고 월세를 받아 해지권을 묵시적으로 포기했다고 인정되는 경우다. 세입자가 일방적으로 돈을 넣었다면 즉시 반환하거나 "해지 의사는 그대로 유지하며 밀린 돈의 일부 변제로만 받는다"는 뜻을 내용증명이나 문자로 명확히 밝혀야 뒤탈을 막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