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시세 하락으로 보증금을 낮춰 재계약하면서 대출 갱신을 위해 허위 이중계약서를 썼다가, 임대인이 파산했을 때 누락된 차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기관과 보증기관에는 감액된 계약서를 내고 실제 차액은 이면 특약으로 돌려받기로 약정했더라도, 보증사고가 났을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공식 제출된 서류 금액만을 기준으로 대위변제하기 때문이다.
임차인 A 씨는 당초 1억 2,000만 원에 전세계약을 맺었으나 2025년 7월 시세 하락으로 1억 1,500만 원에 감액 재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공인중개사의 제안으로 반환받지 못한 차액 500만 원은 퇴실할 때 돌려받기로 약정했다. 이어 2026년 2월 은행 전세대출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중개업소와 임대법인의 요구에 따라 은행 제출용 계약서에는 특약을 뺐다. 반면 실제 계약서에는 시설 보증금 500만 원을 포함해 퇴실 시 1억 2,000만 원을 반환한다는 내용을 적은 이중계약서를 작성했다.
문제는 임대법인이 경영 악화로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보험 만료일인 2026년 10월 22일에 맞춰 대위변제 절차를 밟으라는 문자를 임차인들에게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임대법인 측 대리인은 500만 원을 돌려받으려면 중도퇴실합의서와 내용증명을 먼저 전달하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미반환 차액을 받기 전 합의서를 넘겨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율현부동산중개법인은 500만 원을 지급받기 전 중도퇴실합의서를 먼저 전달하면 퇴실 의사가 확정되어 협상력이 약화된다고 짚었다. 아울러 법인이 경영 악화 상태라면 자발적 반환 가능성이 낮아 소송이나 지급명령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면 특약으로 숨겨둔 차액은 보증기관에서 대위변제받을 수 없다. 이충호 변호사(HB & Partners)는 보증기관은 갱신된 계약서상의 감액된 금액을 기준으로 이행을 심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갱신 당시 반환받지 못한 미반환 차액은 HUG 보증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임대인에게 별도의 민사 절차를 밟아 회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중계약서 작성 행위 자체도 법률상 처벌 대상이다. 공인중개사법 제26조 제3항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서로 다른 2개 이상의 거래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거짓 기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38조와 제39조에 따라 등록취소나 6개월 이내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는다. 고의로 보증기관이나 은행을 속여 대출과 보증을 유지했다면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가 적용될 소지도 있다.
보증금을 온전히 회수하려면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채무 이행청구 요건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임대차계약 해지 통보 효력이 발생하고 1개월이 지나 보증사고가 성립한 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에 따른 임차권등기명령이 등기부등본에 등재되어 대항력을 갖춰야 보증기관 이행청구를 마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