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은 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퇴사하려는 근로자에게 회사가 '후임자 인수인계'를 명분으로 발을 묶을 수 있을까. 현행 노동관계법령상 업무 인수인계는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다. 사측이 이를 이유로 퇴사를 거부하거나 급여를 미지급하면 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법적 강제 없는 '인수인계'

근로기준법 등 현행 노동법에는 퇴사 근로자의 업무 인수인계 의무를 직접 강제하는 규정이 없다.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기준법 제7조(강제 근로의 금지)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할 수 없다.

사규나 취업규칙에 인수인계 규정이 있더라도 법적 구속력을 강제하기는 어렵다. 고용노동부 역시 퇴직 시 업무 인수인계를 두고 노동관계법령에 별도 규정이 없으므로, 인수인계 없이 퇴직하더라도 노동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측의 일방적 임금 공제·미지급은 위법

회사가 인수인계 미이행을 핑계로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근로기준법 제36조(금품 청산)는 근로자가 퇴직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모든 금품을 청산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퇴사자에게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을 주장하더라도, 근로자 동의 없이 임금이나 퇴직금 채권과 일방적으로 상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97다14200).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따라 계약 불이행에 따른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 체결 자체도 금지된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입증 어려워 기각

사측이 무단퇴사나 인수인계 거부로 손해를 입었다며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사직서 제출 및 인수인계 의무가 계약서에 적혀 있음에도 당일 퇴사한 직원을 상대로 B 회사가 제기한 5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회사 측 패소로 판결했다. 퇴사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구체적인 손해액을 사측이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조건 서면 교부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는 근로기준법 제17조 및 제114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퇴사를 고민하는 근로자는 사직 의사를 전자우편이나 문자 등 서면으로 명확히 남겨두고, 퇴직 후 14일이 지나도 금품이 청산되지 않으면 관할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