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겠다며 돈을 빌린 뒤 약속과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갚지 못하면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치지 않고 형법상 사기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원은 돈을 빌릴 당시 진정한 용도를 속였거나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죄의 기망행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취득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때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 처벌된다.

대법원 "진정 용도 속였다면 사기죄 성립"

실무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유형은 이른바 '용도사기'다. 차용인이 돈을 빌릴 때 고지한 차용 목적과 실제 사용처가 다른 경우를 말한다.

대법원은 타인에게 금전을 빌릴 때 차용금 용도나 변제자금 마련 방법을 사실대로 알렸다면 상대방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관계인 때에는 용도를 속이고 돈을 교부받은 행위 자체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95도707, 2003도5382 판결). 설령 자력 있는 보증인이 연대보증을 섰거나 담보를 제공했더라도 용도나 변제자금 마련 방법을 허위로 고지해 금전을 받았다면 사기죄 성립에 영향이 없다.

돈 빌릴 당시 변제 의사·능력이 기준

사기죄 성립 여부를 가르는 또 다른 기준은 '차용 당시'의 변제 의사와 능력이다. 대법원은 금전대차 후 단순한 변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는 편취 고의를 인정할 수 없으나, 돈을 빌릴 당시 확정적인 변제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변제할 것처럼 가장한 경우에는 편취 고의를 인정한다(2017도20682 판결).

조유현 변호사는 "사기죄는 단순히 돈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며, 돈을 받을 당시 상대방을 속였는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렸으나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 자금 사용 경위와 당시 변제 가능성 등이 함께 수사 대상이 된다는 취지다.

수사 초기 객관적 소명자료 확보 필수

고소 사건에서 피고소인은 단순 채무불이행임을 밝히기 위해 차용 당시의 재력과 수입 현황, 실제 사업 추진 증빙자료, 차용금의 실제 사용 내역, 일부 변제 내역 등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야 한다. 조유현 변호사는 "차용 당시 주고받은 대화 내용, 계좌 거래 내역, 사업 관련 자료, 변제 계획 등을 객관적으로 정리해 수사기관에 소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고소인은 차용인의 채무불이행 사실만으로는 무혐의 처분이 나올 수 있으므로, 대여 당시 채무자가 알린 차용 용도와 변제 계획 관련 대화 기록, 녹취록 등 기망행위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