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사기를 당한 뒤 은행에 피해 사실을 신고해도 상대방 계좌를 즉시 동결하거나 돈을 돌려받기는 어렵다. 보이스피싱과 달리 중고물품 거래 사기는 현행법상 간이 환급 절차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2호 단서는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한다"고 규정한다. 중고거래는 물품 매매 형태를 띠고 있어 이 법이 정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자 신청을 받은 금융회사가 사기이용계좌를 즉시 지급정지하고, 금융감독원의 채권소멸절차를 거쳐 별도 민사소송 없이 피해금을 배분한다. 반면 중고거래 사기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계좌를 지급정지하거나 잔액을 임의로 환급해 줄 법적 근거가 없다. 대법원 역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해당 단서 조항에 대해 "보이스피싱이 아닌 온라인상에서의 재화나 용역에 관한 일반적인 거래를 이 법의 규율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판시했다(2024도6831).
경찰청에 따르면 온라인 직거래 사기 피해 건수는 2021년 약 14만 1,000건에서 2022년 약 15만 6,000건, 2023년 약 16만 8,00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특별법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 사기 사건에서 경찰의 지급정지 협조 요청에 응하는 시중은행은 극히 드물다.
따라서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는 단순 은행 신고에 그치지 않고 직접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송금확인증과 대화 내용 등 증거자료를 갖춰 경찰에 형사 고소장을 내고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는 절차가 첫 단계다. 가해자 계좌 잔액의 유출을 막으려면 법원에 계좌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피해액을 돌려받으려면 가해자가 기소된 뒤 형사재판 1심 또는 2심 변론종결 전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1항에 따른 배상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배상명령 인용 결정을 받으면 민사 판결문과 동일한 집행권원이 생겨 강제집행을 진행할 수 있다. 형사재판 배상명령이 어렵다면 민사상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별도로 제기해야 한다.
국회에서는 중고거래 사기 의심 계좌도 금융회사가 신속히 지급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다. 김장겸 의원은 "현행법은 전통적인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온라인 중고거래 과정에서 피해를 본 국민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