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이혼 절차를 마친 뒤에도 한집에 살며 사실상 부부관계를 유지하다가 뒤늦게 갈라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거 기간에 취득한 부동산을 두고 자금을 댄 일방이 "이름만 빌려준 것이니 명의를 넘기라"고 요구하더라도 곧바로 응할 필요는 없다. 사실혼 관계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돼 실질적인 기여도를 따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법 제830조 제1항에 따르면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등기부상 단독 명의자로 등기돼 있다면 전 배우자가 매수자금을 부담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소유권을 즉시 이전해야 할 법적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법률혼이 해소된 이후라도 실질적인 부부공동생활을 지속했다면 법원은 이를 사실혼 관계로 본다.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가 해소될 때도 부부공동생활 중 형성하거나 유지한 재산에 민법 제839조의2 재산분할청구권 규정을 유추 적용한다(94므1379).

전 배우자가 명의신탁을 주장하더라도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제4조에 따라 명의신탁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다. 같은 법 제8조는 배우자 명의 등기에 특례를 두고 있으나, 대법원은 이를 법률상 배우자에만 한정하고 사실혼 배우자는 포함하지 않는다(99두35). 단순 명의신탁 해지를 이유로 한 소유권 반환 청구는 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재산분할은 부동산 개수를 단순 배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적극재산과 담보대출 등 소극재산을 합산한 순재산에서 각자의 기여도를 산정해 이뤄진다. 매수자금 출처뿐 아니라 명의인의 가사노동, 맞벌이, 대출금 변제와 부동산 유지·관리 내역이 모두 기여도 산정 기준에 들어간다.

김범수 법무법인 대청 변호사는 "단독 명의로 등기된 상태라면 상대방의 주장만으로 소유권을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며 "부동산 취득 시기와 시가, 대출 잔액, 상환 내역, 과거 이혼 당시 합의 여부 등을 종합해 순재산과 기여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산 이전을 압박하며 주변에 사생활을 알리겠다고 위협하는 행위는 형법상 협박이나 강요에 해당할 수 있어 대화 녹취나 문자메시지 등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상대방의 파산 절차 진행 여부에 따라서도 법률관계가 달라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은 관계가 파탄 난 날부터 2년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2022므11027).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 등 명의이전 관련 서류를 섣불리 넘겨주면 권리 행사에 불리해질 수 있으므로 등기부등본, 매매계약서, 금융거래 내역 등 증빙자료를 갖춰 법률 검토를 먼저 거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