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배우자가 있는 상대방과 수년간 함께 살며 주민등록등본에 ‘동거인’으로 이름을 올렸더라도 법적 보호를 받는 사실혼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대한민국 법제가 일부일처제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어 법률혼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맺은 관계는 원칙적으로 ‘중혼적 사실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오랜 기간 한집에 거주했거나 주민등록상 동거인으로 등재됐다는 사실만으로는 사실혼이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사실혼 성립 요건으로 당사자 사이의 주관적 혼인의사 합치와 사회통념상 가족질서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를 요구한다(98므961 판결). 주민등록법상 동거인 표기는 행정상 거주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해 신분법상 부부관계를 증명하는 결정적 근거가 되지 못한다.

민법 제810조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의 중혼을 엄격히 금지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기존 법률혼이 존속하는 상태에서 제3자와 맺은 중혼적 사실혼에는 원칙적으로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인정하지 않았다(94므1638 판결).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 상태에 이르렀다는 극히 예외적인 사정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이나 연금법상 유족연금 수급권 같은 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오히려 장기간의 동거 사실과 주민등록 내역은 법률혼 배우자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쓰일 위험이 크다. 법적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의 동거는 민법 제750조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부정행위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사실혼 관계를 주장하려고 제출한 동거 증빙이 본처나 본남편이 제기하는 상간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고의적 부정행위를 입증하는 불리한 증거 자료로 쓰일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상대방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면 법적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조언한다. 법률혼 부부 사이에 실질적 이혼 합의가 끝났으나 서류만 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서 권리 확보를 다투는 주장은 법원에서 배척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