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경제활동을 중단한 채 대출로 생활비를 메우다 빚만 남기고 갈등이 깊어졌을 때, 빚더미 상태에서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은 채무초과 상태라도 법원에 빚 분담을 요구하는 재산분할 청구는 가능하다.
대법원은 2013년 6월 20일 선고한 전원합의체 판결(2010므4071, 4088)에서 부부의 총재산보다 채무액이 더 많더라도 실질적 공평을 위해 채무의 분담 비율과 방법을 정하는 재산분할 청구를 인정했다. 종전 대법원 판례는 순자산이 남지 않으면 재산분할 청구를 배척했으나, 배우자 일방에게 빚이 편중되는 불합리를 막고자 판례를 변경했다.
다만 모든 빚을 나눠 갖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례(97므1486 등)에 따르면 부부 일방이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 가운데 식비·의료비·자녀 교육비 같은 일상가사에 관한 채무나 주택담보대출처럼 공동재산 형성에 수반된 채무만 청산 대상에 포함된다. 반면 도박이나 유흥, 무리한 개인 투자 등 사적 용도로 발생한 빚은 분할 대상에서 빠진다.
실무에서는 일방 명의로 발생한 대출금이 가정을 위해 쓰였다는 점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 통장 입출금 거래내역, 신용카드 영수증, 주거비나 학원비 지출 내역 등을 법원에 객관적 증거로 제출해야 상대방에게 분담을 요구할 수 있다. 민법 제839조의2에 따라 재산분할 청구는 이혼한 날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배우자가 경제적 짐을 떠넘긴 채 가출해 연락이 닿지 않더라도 재판상 이혼은 진행할 수 있다. 민법 제840조는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제2호), 생사가 3년 이상 불분명한 때(제5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제6호)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통신사 사실조회나 주민등록 말소 확인을 거쳐도 소재를 알 수 없으면 민사소송법 제194조에 따른 공시송달을 신청해 궐석재판으로 이혼 판결을 받게 된다. 첫 공시송달은 실시한 날부터 2주가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홀로 미성년 자녀를 키우며 발생한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때는 기한 확인이 필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2018스724)는 2024년 7월 18일 판례를 변경해 당사자 협의나 심판 청구가 없었더라도 자녀가 성년이 된 시점부터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결정했다. 자녀가 성년이 된 뒤 10년이 지나면 과거 양육비를 법적으로 청구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