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 배우자와 15년간 별거한 채 다른 상대방과 11년 동안 부부처럼 생활했더라도, 기존 혼인관계를 정리하지 않았다면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을 청구하기 어렵다. 우리 법제가 중혼을 금지하는 일부일처주의를 근간으로 삼고 있어, 법률혼이 존속하는 동안 형성된 제3자와의 동거 관계는 원칙적으로 법적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제3자와 형성한 이른바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는 원칙적으로 민법상 사실혼에 준하는 보호를 배척해 왔다(94스30 결정). 민법 제810조가 중혼을 엄격히 금지하는 만큼, 법률혼 배우자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태에서 맺은 사실혼 관계를 이유로 민법 제839조의2의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예외적 인정 요건…'사실상 이혼상태' 입증 필수

다만 법원은 기존 법률혼이 형식상으로만 남아 있고 실질적으로 완전히 해소된 '사실상 이혼상태'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증명된 때에 한해 중혼적 사실혼을 예외적으로 보호한다(2009다64161 판결). 판례는 법률상 부부 사이에 실질적인 이혼 합의가 있었거나, 장기간 연락 두절 등으로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단절된 정황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단순히 15년 동안 떨어져 살았다거나 11년간 함께 살았다는 기간 자체만으로는 사실혼 관계가 성립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법률상 배우자와 언제부터 별거했는지, 생활비 분리와 교류 단절 정황, 이혼에 관한 합의 존재 여부 등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해야 한다. 이 같은 특별한 사정을 증명할 책임은 중혼적 사실혼의 보호를 주장하는 당사자에게 있다.

법률혼 미정리 시 재산분할 불가·위자료 위험

선행 혼인관계의 실질적 파탄을 입증하지 못하면 사실혼이 인정되지 않아 이혼에 준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이나 상속권 등을 주장할 수 없다. 이 경우 동거 기간 중 형성한 재산은 공동명의 확인, 자금 기여에 따른 부당이득 반환 청구, 동업 유사 관계 정산 등 개별 민사 절차를 거쳐 회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오히려 법률혼 관계가 법적으로 유지되는 동안 동거 생활을 지속했다는 이유로 법률상 배우자에게 부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위자료)을 청구당할 위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장기 별거 상태라는 사정만 믿고 법적 정리를 미루기보다, 재판상 이혼 청구 등으로 선행 법률혼 관계를 조속히 해소해야 추후 재산분할과 관련 권리를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