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로 보증금을 떼인 임차인이 경매나 공매를 거치고도 보증금의 3분의 1을 건지지 못하면 국가가 부족한 차액을 직접 메워준다. 그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피해주택 경매차익을 활용한 간접 지원에 머물렀던 구제 방식이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현금성 하한선 보장으로 전환된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10월 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2026년 5월 12일 공포된 모법(법률 제21634호)의 6개월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6년 11월 13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임차보증금 최소보장제다. 경·공매 종료 후 피해자가 회수한 금액이 임차보증금의 3분의 1인 '최소보장금'에 미치지 못하면 국가가 그 차액을 '최소지원금'으로 지급한다. 최소지원금은 보증금의 3분의 1에서 우선변제권 수령액, 채권 변제액, 경매차익(감정가에서 낙찰가를 뺀 금액), 기존 임대료 지원액을 모두 뺀 금액으로 산정한다. 예컨대 보증금 1억5,000만 원인 임차인이 경매 배당금 2,000만 원과 경매차익 1,000만 원 등 3,000만 원만 회수했다면, 최소보장금 5,000만 원과의 차액인 2,000만 원을 국가가 지원해 최종 5,000만 원을 보장받는다.
신탁사기 등으로 권한 없는 자와 계약을 맺은 무권계약 피해자를 위한 '선지급-후정산' 제도도 도입한다. 무권계약 피해자는 장기간 소송과 권리관계 분쟁 탓에 경·공매 종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경·공매 종료 전이라도 최소보장금에서 기지급 임대료 지원액 등을 뺀 금액을 먼저 주고 사후에 정산하기로 했다.
지원금 심사와 지급 실무는 LH가 전담한다. LH는 신청 접수일부터 90일 이내에 지급 여부와 금액을 결정해 통지해야 한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30일 이내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결정 결과에 이의가 있는 피해자는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낼 수 있다. 다만 사후에 보증금을 추가로 돌려받아 반납 사유가 생겼는데도 정해진 기한 안에 지원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이번 개정은 선순위 근저당이 과도해 경매차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던 피해 사각지대를 메우려는 조치다. 2026년 6월 기준 전국 누적 전세사기 피해자는 3만9,669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20~39세 청년층이 75.9%, 보증금 3억 원 이하 피해자가 97.6%를 차지한다. 종전 제도는 LH 낙찰 시 발생하는 차익으로 임대료를 지원하는 구조여서 낙찰가율이 낮거나 선순위 채권이 많으면 보증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개정 법률 부칙 제4조에 따라 법 시행 전 이미 전세사기피해자로 결정된 임차인도 소급 적용을 받는다. 기존 피해자 역시 11월 13일부터 LH 접수창구와 온라인 시스템에서 최소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개인 간 임대차 계약 손실에 나랏돈을 직접 투입하는 데 따른 재정 부담 우려와 함께, 피해자 단체 일각에서는 최소 보장 비율을 3분의 1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6일 국무회의에서 "피해자들이 절차와 시간을 기다리느라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늦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주거 안정과 빠른 회복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백승록 국토교통부 피해지원총괄과장도 "최소보장제와 선지급-후정산 제도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피해자가 보증금의 3분의 1을 최소한 보장받을 수 있게 되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