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사업자가 광고 표기를 잘못해 지방자치단체의 시정명령을 받았더라도, 위법 상태가 이미 해소됐거나 중대한 위반이 아니라면 수분양자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위반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문언대로 계약 해제를 인정한 기존 대법원 판례에 하급심이 제동을 건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911단독 정인섭 부장판사는 2026년 9월 1일 수분양자 A 씨 등이 분양사업자를 상대로 낸 분양대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2024가단5390101).

[사실관계]

분양사업자는 분양광고를 내면서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건축물분양법) 제6조 제2항에 따라 기재해야 하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교육환경보호구역 설정 여부'를 잘못 표기했다. 해당 건축물이 상대보호구역에 속해 있었으나 '교육환경 보호구역에 해당하지 않음'으로 적은 것이다.

사업자는 이후 이 같은 표기 오류를 실질적으로 바로잡았다. 하지만 관할 행정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고, 불복 절차를 밟지 않아 시정명령 처분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수분양자들은 분양계약서에 포함된 "매도인이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약정해제 조항을 들어 계약 해제와 납부한 분양대금 반환을 청구했다.

[재판부 판단]

재판부는 계약서 문언만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해제권을 인정한 종전 대법원 판례 법리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해제조항의 문언상 시정명령을 받게 된 위반사항의 경중이나 그 위반사항이 당사자의 계약체결 의사, 계약의 목적달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해제권의 발생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선행 대법원 판결의 법리는 다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시정명령 대상이 되는 위반사유는 매우 다양하고 단순하고 경미한 사유도 많은데, 사소한 위반사항을 대상으로 한 시정명령을 이유로 전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계약법의 일반적인 법리와 너무 조화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소한 사유나 직원의 실수로 수십억 원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분양사업장 전체가 계약 해제 위기에 몰리면 시공사와 정상적인 계약 이행을 바라는 다른 수분양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과도한 혼란을 준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약정해제 조항을 해석할 때 시정명령은 시정명령 당시까지 위반상태가 해소되지 않은 채 실질적으로 유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분양계약의 체결 및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반사항을 대상으로 한 시정명령으로 제한하여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위법상태가 해소되었음에도 당사자가 시정명령에 불복하지 않아 확정된 경우는 해제조항에서 예정한 약정 해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