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국제투자분쟁(ISDS) 배상금 지급 지연을 문제 삼아 한국 정부를 상대로 7,700억 원대 추가 배상을 요구한 이란 다야니(Dayyani) 가문의 2차 중재 청구가 전부 기각됐다. 기존 분쟁의 집행 문제를 빌미로 거액의 2차 중재를 남발하던 시도를 원천 차단해 대규모 국고 유출을 막아냈다.

법무부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가 2026년 9월 28일 오후 10시경(한국시각) 이란 국적의 다야니 일가 6명이 제기한 2차 ISDS 사건에서 대한민국 정부 전부 승소 판정을 만장일치로 선고했다고 9월 30일 밝혔다. 중재판정부는 다야니 측이 최종 청구한 5억 17만 유로(선고일 기준 약 7,700억 원) 상당의 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다야니 측이 한국 정부 소송비용의 75%인 약 40억 원과 중재행정비용 전액인 약 8억 원 등 총 약 48억 원을 연대해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대우일렉 인수 무산에서 2차 분쟁까지]

이번 분쟁은 16년 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전에서 출발했다. 이란 최대 가전업체 엔텍합의 지배주주인 다야니 일가는 2010년 자회사를 내세워 대우일렉 인수를 추진하며 계약보증금 약 578억 원을 냈다. 채권단은 투자확약서(LOC) 미제출 등을 이유로 2011년 5월 매매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몰취했다.

이에 다야니 측은 2015년 9월 한·이란 투자보장협정(BIT)을 근거로 1차 ISDS를 냈다. 중재판정부는 2018년 6월 한국 정부가 약 730억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정부가 영국 법원에 낸 판정 취소소송이 2019년 12월 기각되면서 정부의 첫 ISDS 패소가 확정됐다.

이후 배상금 지급 과정에서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가 걸림돌이 됐다. 정부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특별승인을 추진해 2022년 1월 승인을 받았다. 이어 2022년 4월 총 배상액 약 858억 원 중 약 622억 원을 다야니 측에 지급하고, 나머지 약 236억 원은 국내 법원의 압류·추심명령에 따라 2022년 12월 공탁했다.

[기회비용 주장 기각…'중재 남발' 선례 방어]

다야니 일가는 배상금 지급이 지연돼 자금을 적시에 재투자하지 못해 막대한 기회비용 손실을 봤다며 2021년 10월 2차 ISDS를 제기했다. 당초 최대 약 1조 2,600억 원을 요구하다 최종 5억 17만 유로로 청구액을 조정한 다야니 측은 정부가 공정·공평대우 의무(FET)를 위반하고 국적에 따른 차별을 했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정부의 대응이 조약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를 준수하기 위해 OFAC 승인 절차를 밟고,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며, 국내 법원 명령에 따라 공탁을 진행한 일련의 조치가 자의적이거나 부당한 대우가 아니라고 봤다. 불가피하게 발생한 지급 지연 역시 한·이란 BIT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강준하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다야니 일가의 7,700억 원 배상금 요구를 모두 방어했으며, 청구인이 1차 ISDS 배상금을 집행국 법원이 아닌 별도의 ISDS를 제기해 받아내려는 시도를 차단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ISDS 악용을 방어한 선례를 남겼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다야니 측의 판정 취소소송 등 후속 불복 절차 가능성에 대비하는 한편, 판정부가 부과한 소송·중재비용 약 48억 원을 강제 환수할 계획이다. 후속 조치 업무 대리인으로는 법무법인 율촌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해 대응 체계를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