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민생침해 금융범죄와 사이버사기 집중단속을 이어가는 가운데,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속아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본인이 하는 일이 범죄 조직의 사기 범행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현장으로 나갔다가 수사기관에 긴급 체포되어 구속 갈림길에 서는 사례가 빈번하다.

얼마 전 필자를 찾아온 한 의뢰인의 상황도 같았다. 의뢰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구인 공고를 보고 단순 채권 회수와 현금 전달 업무인 줄 알고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금을 받아 전달하던 중 현장에서 체포되었고,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와 형법 제32조의 사기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비정상적 업무 방식과 미필적 고의의 쟁점]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에게 범죄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다. 수사기관은 면접 없이 메신저로만 업무 지시가 이루어지고 길거리에서 현금을 건네받는 등 업무 방식이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들어 피고인이 불법성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 판단한다. 특히 최근 단순 가담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법정 구속을 면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고의는 확정적인 인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등에서 판시하듯,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만으로도 범죄가 성립한다. 총책의 신원이나 전체 범행의 구체적 방법까지 알 필요는 없다는 것이 판례의 확고한 태도다.

대법원은 수거책의 고의를 판단할 때 여러 구체적 정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지시자와의 연락 수단이 텔레그램 등 비대면 메신저인지, 대면 면접과 근로계약서 작성이 생략되었는지, 현금 수거 횟수와 보수의 수준이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났는지 등을 따진다. 따라서 피고인이 법정에서 단순히 몰랐다고 진술하는 것만으로는 혐의를 벗을 수 없다.

[객관적 증거를 통한 의심의 해소]

필자가 맡았던 사건에서는 의뢰인이 정상적인 채권 추심 업무로 믿을 수밖에 없었던 객관적 정황을 복원하는 데 집중했다. 구인 광고를 처음 접하고 지원하게 된 경위부터 업체 담당자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역 전체를 면밀히 분석했다. 대화 속에서 업체 측이 정상적인 회사 업무인 것처럼 의뢰인을 속인 정황을 빠짐없이 정리하여 법원에 제출했다.

아울러 의뢰인이 범죄 수익을 분배받은 사실이 전혀 없으며 과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사정을 변론에 담았다. 수사기관이 지적한 비정상적인 지시 내용에 대해서도 의뢰인의 나이와 사회경력에 비추어 당시에 곧바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예견하기는 어려웠음을 조목조목 짚었다.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의뢰인에게 범행 가담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의뢰인이 범죄를 예견하고도 가담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사기방조 혐의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연루되었을 때 확인해야 할 세 가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수사를 받게 되었다면 당장 확인해야 할 점들이 있다. 먼저 구인 광고 게시글의 원본 캡처 화면과 지원 당시의 통화 내역, 그리고 담당자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전체 기록을 누락 없이 확보해야 한다. 대화 내용을 임의로 삭제하거나 숨기면 오히려 범죄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을 사게 된다.

다음으로 지급받기로 한 보수가 통상적인 일당 수준인지, 아니면 수거 금액에 비례해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된 것인지 객관적인 정산 내역을 정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사 초기 조사 단계부터 자신이 오인하게 된 과정을 일관되게 진술하여 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해야 한다.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범죄 조직의 유인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는 현실에서, 단순 가담자라는 이유로 엄벌에 처하기 전에 행위자가 실제로 범죄성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치밀한 사실 확정이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