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의심 전화를 10분 안에 끊어내는 민관 합동 대응망 가동 1년 만에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부처별로 분산됐던 신고 창구를 하나로 합치고 통신사와 실시간 회선 차단에 나선 조치가 실질적인 피해 억제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26년 9월 29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출범 1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이 같은 운영 성과를 공개했다. 2026년 1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3,871억 원으로, 전년 동기 8,856억 원 대비 56%(4,985억 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발생 건수도 1만 6,765건에서 8,584건으로 49% 줄었다.

2026년 8월 한 달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57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5년 8월 1,090억 원 대비 76.4% 급감한 수치로, 2023년 이후 월별 기준 최저치다. 단속에 따른 풍선효과로 꼽히던 투자리딩방·연애빙자사기 등 신종스캠 피해액 역시 8월 기준 584억 원(1,127건)으로 대응단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틀 걸리던 번호 정지, '10분 내 긴급차단'으로 단축]

사건 발생 후 수사하던 방식에서 범죄 수단을 선제 차단하는 구조로 전환한 결과다. 종전에는 112(경찰), 118(한국인터넷진흥원), 1332(금융감독원)로 신고 창구가 쪼개져 있어 범죄 이용 전화번호를 정지시키는 데 통상 2일 이상 걸렸다. 사기범들이 회선을 바꿔가며 피해자를 압박하는 사이 신속한 차단이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는 2025년 9월 2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금융보안원과 통신 3사 및 삼성전자가 함께 근무하는 통합대응단을 꾸렸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3조의2와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3에 근거해 2025년 11월부터 '10분 이내 긴급차단 제도'를 시행했다.

통합대응단은 출범 이후 2026년 8월 말까지 24시간·365일 교대 대응 체계를 유지하며 총 28만 1,178건의 신고·제보를 상담했다. 평균 신고 응대율은 97.4%다. 이 과정에서 범죄 이용 전화번호 11만 8,927건을 10분 이내에 긴급 차단했고, 개통 분석을 거쳐 범죄 목적 회선 4만 4,300여 개를 사전에 탐지해 사용을 막았다.

[악성 앱·SNS 계정 선제 차단…피해자 회복 지원 확대]

플랫폼과 단말기 보안 기술을 결합한 조치도 피해를 줄이는 데 힘을 보탰다. 악성 앱 설치나 피싱 사이트 접속 정황이 발견된 3만 2,753명에게 긴급 알림을 보내거나 경찰관이 직접 출동해 송금을 막았다. 포털 및 SNS 플랫폼 업체와 공조해 범행에 쓰인 온라인 계정 6만 1,000여 개도 조치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피싱 범죄를 국가적 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관계기관 및 민간과의 총력 협업을 추진해 왔다"며 사전 차단 중심의 대응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사후 구제 절차도 병행하고 있다. KB금융그룹, 신용회복위원회와 협력해 2026년 6월 1일부터 2027년 5월 31일까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 지원 사업'을 운영한다. 피해자는 전담 콜센터(1394)를 거쳐 위촉 변호사의 1대1 무료 법률 지원과 심리상담, 채무조정 안내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