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재계약을 체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이 팔리고, 새 매수인이 시세에 맞춰 월세를 대폭 올리겠다고 통보해 갈등을 빚는 세입자가 적지 않다. 새 건물주가 계약 승계를 내세우며 과도한 차임 인상을 요구할 때 세입자가 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에 따르면 건물의 양수인은 종전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 소유자가 바뀌더라도 기존에 작성한 임대차계약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되므로, 새 건물주가 일방적으로 기존 계약 조건을 파기하거나 즉시 월세를 올릴 권한은 없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 및 동법 시행령 제4조는 계약 존속 중 차임 증액 청구 한도를 5%로 제한하며, 계약 체결이나 증액 후 1년 이내에는 다시 올리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의 제기 통한 계약 해지와 보증금 청구 법리

새 건물주와의 갈등으로 더 이상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임차인은 계약 승계를 거부하고 임대차관계를 끝낼 수 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 이의를 제기해 임대차관계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98마100 결정, 2001다64615 판결). 대법원은 상가건물 양도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면 승계 효력을 배제할 수 있고, 이 경우 양도인인 기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가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하영우 변호사는 “소유자가 변경된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약정을 무시하고 원하는 금액으로 즉시 월세를 올릴 수는 없다”며 “임차인 역시 일방적으로 퇴거하면 잔여 기간의 차임 지급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매수인의 인상 통보 내역을 확보하고 중도해지와 보증금 반환일을 서면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입자가 주의해야 할 실무 요령

건물 매매를 이유로 계약을 종료하고자 하는 임차인은 행동 순서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새 매수인의 계좌로 월세를 입금하거나 변경된 계약 조건을 묵시적으로 승인하면 임대인 지위 승계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

김용일 변호사(법무법인 현)는 “임차인은 상가건물의 양도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기존 임대인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인정된다”며 “신규 임대인에게 월세를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2~3주 내에 명확한 이의제기를 진행하고 입증자료를 남겨야 분쟁을 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입자는 새 매수인의 부당한 증액 요구 대화나 문자메시지를 증거로 확보하고, 소유권 이전등기 잔금 지급 전에 기존 임대인에게 내용증명 우편 등으로 지위 승계 거부와 계약 해지 의사를 명확히 통보해야 안전하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