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사건에서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나 목격자 등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녹음 파일, 진료 기록,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등 간접증거를 종합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사법경찰관이 직접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불송치 종결했다면, 피해자는 법률이 보장한 이의신청 제도를 활용해 검사의 전면 재검토를 끌어낼 수 있다.
성범죄는 타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밀폐·사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밀행성이 강해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제3자 목격 진술을 확보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형사소송법 제307조와 제308조는 범죄사실 인정을 증거에 의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자유롭게 판단하도록 규정한다. 법률상 범죄 성립에 반드시 직접증거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대법원 판례 역시 사적인 영역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을 인정한다. 피해자 진술이 주요 부분에서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논리와 경험칙에 부합한다면,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있다는 태도다. 피해자가 사건 직후 남긴 정황 녹음, 가해자가 접촉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 병원 진료와 심리검사 결과, 사건 전후 메신저 대화 등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핵심 간접증거로 꼽힌다.
하지만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부여된 이후, 일선 수사관이 직접증거 부재나 피의자의 부인을 앞세워 간접증거의 증명력을 소극적으로 평가한 채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해자가 접촉을 인정한 녹음 파일과 진료 기록을 냈는데도 수사관이 "객관적인 직접증거가 없다"며 불송치를 통지하는 식이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하는 고소인은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에 따라 관할 경찰관서의 장에게 이의신청서를 낼 수 있다. 고소인의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사법경찰관은 지체 없이 사건과 관계 서류,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치해야 한다. 담당 검사는 불송치 판단의 적절성을 전면 재검토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직접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의신청을 준비할 때는 관할 경찰서에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해 '불송치 결정서'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수사관이 어떤 이유로 제출된 증거를 배척했는지 파악한 뒤, 가해자 발언 녹취록과 진료 기록 등 간접증거의 객관적 신빙성을 대법원 판례 법리와 대조해 반박 서면을 작성하는 식이다. 만약 담당 수사관이 피의자와의 사적 인맥을 드러내거나 불공정한 태도로 조사를 진행했다면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제8조의2에 따라 수사관 기피신청을 내 조사관 교체를 요구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