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상의 없이 거액의 대출을 반복해 받고 가계 부담을 회피했다면 이혼할 때 그 빚을 함께 떠안지 않아도 된다. 부부 일방이 개인적 사유로 몰래 발생시킨 채무는 공동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고, 경제적 신뢰를 깬 행위는 재판상 이혼과 위자료 청구 사유로 인정된다.

임신 중 배우자가 무단으로 1억 원 상당의 대출을 여러 차례 발생시키고 가계 합산을 회피한 경우처럼, 일방적 채무 발생으로 인한 갈등은 실무에서 빈번하게 다뤄진다. 법원은 혼인 중 발생한 채무라도 발생 경위와 사용처에 따라 재산분할 포함 여부를 명확히 구분한다.

일상가사 벗어난 개인 빚, 분할 대상서 제외

대법원은 혼인 중 부부 일방이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라도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수반되었거나 일상가사를 위해 부담한 것이 아니라면 개인 채무로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93스6). 사적 유흥이나 도박, 개인 투자 등 부부 공동생활과 무관하게 발생한 채무는 빚을 진 당사자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엄경천 변호사는 “부부 일방의 모든 채무가 무조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며, 일상가사로 인한 채무나 부부 공동재산 형성에 수반된 채무에 한해 분할 대상이 되고 사적 목적으로 발생한 채무는 사용처 증명 여부에 따라 분할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무단 채무 반복은 재판상 이혼·위자료 사유

배우자 몰래 거액의 채무를 일으키는 행위는 이혼 청구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대법원은 부부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재산을 처분하거나 경제적 기반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2025므10730).

이러한 유책 행위는 위자료 산정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법무법인 해온은 “유책사유 자체는 재산분할 기여도 산정과 분리되는 것이 원칙이나, 부부 공동재산을 임의 소비하거나 은닉·탕진하여 가계 재산을 감소시킨 행위는 재산분할 비율 산정 및 위자료 청구에 직접적인 불이익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금융거래조회로 사용처 입증…임신 중 양육비 사전처분 가능

배우자의 무단 대출을 공동 채무에서 제외하려면 대출금이 가계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재판상 이혼 절차에서는 법원에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이나 재산명시·재산조회를 신청해 대출금 흐름과 실제 사용처를 추적할 수 있다.

임신 중에 이혼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 태아의 출생 전후 상황에 맞춰 가사소송법상 양육비 사전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출산 후에는 민법 제837조에 따라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정기 양육비 부담을 법원에 청구해 권리를 확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