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셋집에 이사 온 첫날 냉장고에 방치된 음식물 쓰레기와 벽면을 뒤덮은 곰팡이를 발견했다면 임대인에게 청소나 보수를 요구할 수 있을까. 계약서 특약에 청소 조항이 없더라도 거주가 불가능할 정도의 위생 불량이나 누수 하자는 임대인이 해결해야 할 법적 의무에 해당한다.
임대차계약에서 집을 깨끗이 치우는 입주 청소는 별도 특약이 없다면 통상 임차인이 거주를 준비하는 행위로 본다. 먼지를 닦아내거나 바닥을 쓰는 수준의 단순 청소는 임대인에게 비용을 청구하기 어렵다. 대법원 역시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장해에는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94다34692).
그러나 전 임차인이 남긴 음식물 쓰레기나 심각한 곰팡이는 법적 성격이 다르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사용과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규정한다. 전 세입자의 폐기물 방치나 구조적 결함으로 발생한 결로·곰팡이는 임대인의 정상적인 목적물 인도 의무 및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민법 제374조) 위반으로 볼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임대주택 제도를 이용해 입주한 경우라면 전대인인 LH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무주택 전차인 A 씨가 임대인 B 사와 전대인 LH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주택에 발생한 수리비 205만 원을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소송을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조필재 변호사는 타인의 부동산을 빌려 재임대하는 LH 역시 특약이 없는 한 부동산 보존과 수선에 드는 필요비 상환 의무를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입주 당일 심각한 하자를 발견한 임차인은 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즉시 촬영해 증거를 남겨야 한다. 민법 제634조에 따라 임차인은 수리가 필요한 상태를 지체 없이 임대인에게 알려야 손해배상 청구권을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다. 대법원은 하자가 있더라도 통지의무를 다하지 않아 임대인이 수선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 수선의무 불이행에 따른 전액 배상을 청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2010다89876).
증거를 확보한 뒤에는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 LH 담당 부서에 즉시 알리고 처리 방안을 서면이나 문자메시지로 남겨두는 편이 안전하다. 임대인이 보수나 청소 지원을 거부할 경우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필요비 상환 청구 소송을 밟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