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모임에서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속이고 호의를 베풀었더라도, 실제 공무원의 직무 권한을 행사하거나 금전을 가로채지 않았다면 형법상 처벌을 받지 않는다. 단순한 거짓말이나 신분 사칭 자체만으로는 형법상 공무원자격사칭죄나 사기죄 구성요건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인 소개로 만난 인물이 7급 공무원 행세를 하며 식사와 술을 대접한 뒤 '열차 할인 혜택'을 알아봐 주겠다고 했으나, 실제 공무원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난 사례가 법률 상담에서 알려졌다. 피해를 본 금전은 없으나 상대방의 거짓말에 분개해 형사 고소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단순 신분 사칭과 직권 행사의 구별
형법 제118조는 공무원의 자격을 사칭하여 그 직권을 행사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한 신분 사칭을 넘어 사칭한 공무원의 직무 권한 범위에 속하는 행위를 실제로 행했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공무원자격사칭죄와 관련해 자격을 사칭한 공무원의 직권에 속한다는 인식 아래 그 직권을 행사한 경우에만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단해 왔다(73도1945). 실제로 위임받은 채권을 추심하려고 합동수사반원을 사칭하며 협박한 사안에서도, 채권 추심은 수사기관의 직무 권한 범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무원자격사칭죄 성립을 부정한 바 있다(81도1955).
금전 피해 없으면 사기죄도 성립 안 돼
윤성환 변호사는 "공무원이라고 속인 사실뿐만 아니라 사칭한 공무원의 직권을 행사해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에 사기죄 등의 책임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주성(법무법인 초원) 변호사 역시 "단순히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소개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공무원자격사칭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공무원의 직권을 행사한 정도까지 있어야 문제가 된다"고 짚었다. 이어 "공무원 신분을 이용해 돈이나 재산상 이익을 받아냈다면 사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단순 소개와 호의 동행 수준에 그쳤다면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해야 성립한다. 신분을 속였더라도 상대방으로부터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가로챈 사실이 없다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
경범죄 처벌법상 과료 대상 머물러
단속이나 조사, 체포 등 공권력 행사에 준하는 행위를 하지 않고 단순히 공직 명칭만 사칭했다면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7호(관명사칭 등)가 적용된다. 국내외 공직이나 계급 등 법령에 따른 명칭을 거짓으로 꾸며댄 사람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처분을 받는다.
수사기관에 상대방을 고소하거나 신고하려는 피해자는 사칭자가 구체적인 직무 권한을 행사했는지, 신분을 속여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가로챘는지 입증할 증거를 먼저 살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