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 사업 과정에서 조합원 명부 공개를 피하려던 조합 집행부가 시청 안내 문자를 "사칭 사기 문자"라고 주장해 논란이 불거졌다. 법조계에서는 스스로 공무원을 사칭한 행위가 아닌 만큼 형법상 공무원자격사칭죄 적용은 어렵지만, 명예훼손이나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명부 공개 갈등서 불거진 ‘사기 문자’ 공방
분쟁은 조합원들이 비리 감시와 의견 수렴을 목적으로 전체 조합원의 명부와 전화번호 열람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조합 측이 사업 방해 등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자 조합원과 관할 시청은 조합을 주택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시청은 개인정보 보호 논란을 줄이고자 조합원들에게 직접 연락처 공개 동의 여부를 묻는 안내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조합 측은 곧바로 전체 조합원에게 "방금 전 시청 문자는 사칭한 사기 문자"라는 단체 문자를 발송하며 맞섰다.
공무원자격사칭죄 불성립… 위계공무집행방해는 요건 엄격
법률 전문가들은 조합 측 행위가 형법 제118조의 공무원자격사칭죄에 해당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김은철 변호사는 조합 측이 시청 공무원 자격을 직접 사칭해 권한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법무법인 초원 정주성 변호사 역시 조합이 공무원 행세를 한 것이 아니라 실제 공무원의 문자를 거짓으로 몬 것이어서 공무원자격사칭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형법 제137조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적용 여부도 쟁점이다. 위계공무집행방해는 행위자가 공무원을 속여 오인이나 착각을 일으키게 한 뒤 그릇된 처분을 유도해 실제 직무집행을 방해해야 성립한다. 조합의 허위 문자는 공무원이 아닌 조합원들을 상대로 발송됐으므로 거짓 문자를 보낸 사실만으로는 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 변호사는 허위 내용 탓에 시청 행정업무에 실제 혼란이 생기거나 지연되는 등 구체적인 방해 결과가 입증되어야 공무집행방해 성립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명예훼손·민사 손배 책임과 주택법 위반 처벌 남아
다만 조합 집행부가 법적 책임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특정 공무원을 지목해 사기 문자를 보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면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 시청이 허위 문자로 행정 업무에 차질을 빚고 손해를 입었다면 민법 제750조에 따라 조합 측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도 있다.
조합원 명부 공개 거부 자체를 향한 형사처벌도 불가피하다. 주택법 제12조 제2항은 조합 구성원이 사업 시행 서류의 열람·복사를 요청할 경우 15일 이내에 응하도록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대법원(2019도14372)과 법제처 유권해석(17-0072) 역시 조합원 전화번호는 주민등록번호와 달리 열람·복사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조합 집행부가 공개를 끝내 거부하면 형사처벌과 가처분 강제집행 대상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