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15년이 지나서야 배우자에게 과거 이혼 전력과 전혼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금전 편취가 개입되지 않은 신분상 이력 은폐만으로는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하기 어렵다.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을 때 성립하는 재산범죄다. 과거 혼인 경력이나 자녀의 존재를 숨긴 행위는 혼인 결정에 중대한 착오를 일으킨 기망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재산을 편취하려는 고의와 금전 거래가 입증되지 않는 한 형사처벌 대상은 되지 않는다.

민사상 대응 수단으로는 혼인취소와 재판상 이혼이 있다. 민법 제816조 제3호에 따르면 사기로 혼인의 의사표시를 했을 때 법원에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제823조에 따라 사기를 안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취소를 청구할 권리가 소멸한다. 제척기간이 짧아 기망 사실을 인지한 즉시 소송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제척기간 3개월을 넘겼거나 혼인 기간이 10년 이상 지속됐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따른 재판상 이혼 소송을 밟아야 한다. 법원은 장기간 이어진 신분 은폐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참작해 위자료를 산정하며, 혼인 기간 형성된 부부 공동재산 기여도를 따져 재산분할 비율을 결정한다.

송명호 변호사는 “과거 혼인 경력이나 전혼 자녀를 숨긴 행위 자체만으로는 사기죄 처벌이 어렵다”며 “15년간 혼인이 지속된 사안에서는 실질적 구제책인 재판상 이혼 소송과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소송 제기 전 부동산이나 예금에 가압류 등 사전 보전처분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