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 만기가 지난 뒤 임대인이 계약서상 통지 특약을 내세워 전세금 인상이나 계약 해지를 요구하더라도 임차인은 이를 따를 법적 의무가 없다. 법정 기한인 만기 2개월 전까지 쌍방이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종전과 같은 조건으로 묵시적 갱신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임차인 A 씨는 2024년 10월 2일부터 2026년 10월 1일까지 전세보증금 2억 6,000만 원으로 2년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임대인과 A 씨 모두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A 씨는 묵시적 갱신을 전제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갱신을 신청해 심사 절차를 밟고 있었다.

문제는 만기 직후인 2026년 10월 5일 불거졌다. 건물 관리 부동산 측이 보증금 1,000만 원 증액과 보증보험 신청 취소를 요구한 것이다. A 씨가 묵시적 갱신을 이유로 거절하자, 부동산 측은 ‘임차인은 만기일 3개월 전 연장 여부를 통지해야 한다’는 계약서 특약을 위반했다며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맞섰다.

임차인에게 불리한 특약은 무효

법조계에서는 임대인 측의 일방적 계약 해지나 보증금 인상 주장이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1항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통지가 없으면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규정한다. 같은 법 제6조 제2항에 따라 갱신된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본다.

핵심은 법정 기한보다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설정된 계약서 특약의 효력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는 법 규정을 위반해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만기 3개월 전까지 통지하도록 한 특약은 법정 기한인 2개월보다 임차인의 의무를 가중하므로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가 된다.

대법원 역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무효라는 법리를 유지해 왔다. 법무법인 해방 최동준 변호사는 "만기 6개월에서 2개월 전까지 해지 통보가 없었다면 기존 조건대로 묵시적 갱신이 성립한다"며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통지 특약은 효력이 없으므로 보증금 인상 요구나 해지 주장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증빙 확보와 내용증명으로 단호히 대응해야

전문가들은 임대인이나 관리 중개업소의 부당한 요구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증액 요구와 기존 보증보험 취소 요구를 명확히 거절하고, 관련 통화 녹취나 문자메시지 대화 내역 등 증빙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임대인 측이 무리한 주장을 이어갈 경우 임대인 본인을 수신인으로 지정해 묵시적 갱신 성립과 기존 계약의 유효함을 통지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절차가 권장된다. 기존 계약서를 바탕으로 신청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갱신 심사 역시 취소할 필요 없이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