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을 맺고 입주를 기다리던 중 집 안 바닥이 2~3cm씩 내려앉는 등 중대한 하자가 드러났다면 세입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임대차계약서 특약에 바닥 수리 의무를 명시해 두고도 앞서 임대인의 '부분수리가 어렵다'는 말에 무심코 수긍했다면 수선의무를 면제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분쟁이 잦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역시 목적물 파손이나 장해가 인도 당시에 이미 존재했더라도 수선하지 않고는 계약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다면 임대인이 대규모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94다34692 판결).

계약 당시 바닥 상태를 기준으로 부분수리가 어렵다는 설명에 단순히 "알겠다"고 답했더라도, 이후 하자가 거실의 3분의 1이 으적거릴 정도로 악화됐다면 이를 수선의무 포기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특약상 임대인의 바닥공사 책임이 살아있는 데다, 통상적인 거주가 불가능할 정도로 사정이 변했기 때문이다.

시공업체 진단 결과 전체 바닥 시공이 필요해 임대인이 수리를 거부하고 계약 해지를 요구한다면 임차인은 채무불이행(민법 제390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임차인은 이미 지급한 계약금 전액을 돌려받는 것은 물론, 해당 계약 때문에 지출한 공인중개사 중개보수와 예약 이사 취소 수수료나 대체 이사 비용 등 실제 발생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법적 분쟁을 방지하려면 계약을 해지할 때 비용 부담 범위를 명확히 기재한 '합의해지서'를 작성해야 한다. 합의서에는 계약금 반환 일자와 함께 중개보수·이사비 등 배상 항목과 지급 기한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관련 영수증을 첨부해야 사후 다툼을 막을 수 있다.

대체 주택을 구하지 못해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입주 전 철저한 증거 확보가 필수다. 바닥이 가라앉거나 들뜬 현상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꼼꼼히 촬영하고, 시공업체 소견서와 임대인과의 문자·통화 녹음 내역을 남겨둬야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누수나 곰팡이 피해에 따른 원상복구 책임 공방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