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과 구두로 기간 연장에 합의한 뒤 새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가 낭패를 보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임대차 기간 도중 사정이 생겨 이사하려 해도 집주인이 새 임차인을 구하기 전까지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맞서는 탓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계약 갱신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양측 모두 별다른 통지를 하지 않아 종전 조건대로 연장되는 '묵시적 갱신', 임차인이 법률상 권리를 행사하는 '계약갱신요구권에 의한 갱신', 그리고 당사자가 조건을 협의해 다시 체결하는 '합의갱신(재계약)'이다.
묵시적 갱신·갱신요구권과 합의갱신의 결정적 차이
세입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대목은 중도해지 권한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와 제6조의3에 따르면 묵시적 갱신이나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연장된 계약의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해지 효력이 발생해 집주인은 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
대법원도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갱신된 임대차라면 언제든지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시했다(2023다258672). 서울고등법원 역시 갱신계약서를 새로 작성했더라도 특약 등으로 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른 갱신임이 확인되면 임차인의 일방적 중도해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2022나2043727).
새 계약서에 '갱신요구권' 명시 안 하면 묶인다
반면 당사자 사이 합의로 새 계약서를 쓴 '합의갱신'에는 다른 법리가 적용된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의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 기준에 따르면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단순 합의로 재계약을 맺은 경우, 계약자유 원칙에 따라 약정한 계약기간 동안 효력이 유지된다.
만기 2개월 전까지 임대인이 별다른 통지를 하지 않아 묵시적 갱신 요건이 성립된 상태였더라도, 이후 상호 합의 아래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묵시적 갱신을 포기하고 새로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법정 중도해지권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집주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세입자는 3개월 뒤 보증금 반환을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없다.
특약란 기재와 입증자료 확보 필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계약 갱신 및 종료 관련 분쟁 접수 건수는 2019년 49건에서 2020년 154건, 2021년 307건으로 급증했다. 실제로 보증금 변동 없이 연장 계약서를 작성한 뒤 세입자가 중도해지를 통보했으나 분쟁조정위가 이를 합의갱신으로 판단해 만기 전 일방 해지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재계약 과정에서 만기 전 퇴거 가능성을 열어두려면 새 계약서 특약란에 '본 계약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에 의한 재계약임'을 명확히 적어야 한다. 이미 계약서를 쓴 상태라면 계약 체결 전후로 집주인과 나눈 문자메시지나 통화 녹음 등 당시 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는 입증자료를 확보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