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권 존중 의무가 선언적 권고에 머물던 시대를 지나 공급망 전반에 걸친 법적 책임으로 전환되면서 국내 법제 대응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유럽연합의 규제 강화와 공급망 재편 속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법적 위험을 통제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법제연구원은 2026년 10월 15일 서울 광화문 코워커스 플러스 버텍스홀에서 ‘기업과 인권, “권고”의 시대는 끝났나 – 글로벌 규범 변화와 국내 이행 과제’를 주제로 제8차 글로벌 이슈 대응 전략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법적·정책적 과제를 짚고 국내 법·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글로벌 규범 변화와 공급망 재편
한민지 한국법제연구원 글로벌법제전략팀장의 개회사와 글로벌법제전략연구사업 소개로 포럼의 문을 열었다. 뒤이어 학계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현황 진단 발표가 진행됐다.
권용수 건국대학교 부교수는 ‘기업 인권 법제 현황과 과제 - 공급망 재편의 영향을 고려하여’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윤경 인천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전환 - 인권과 기업의 과제’ 발표에서 규범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의 실무 과제를 짚었다.
법적 책임 확대와 실효적 제도 구축
주제발표 뒤 열린 종합토론에서는 연구계와 법조계, 사법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토론자로는 정명운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김현희 선임연구위원, 장원규 연구위원을 비롯해 염주민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남궁주현 성균관대학교 교수, 김효정 사법정책연구원 박사가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2011년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 채택 이후 자율적 사회공헌 수준에 머물렀던 규범이 최근 유럽연합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발효 등으로 의무화된 현실에 주목했다. 국내에서도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 또는 전년도 매출액 2,000억 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권·환경 보호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된 만큼, 구체적인 입법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 거론됐다.
한민지 팀장은 “기업과 인권에 관한 국제규범이 자율적 권고를 넘어 기업의 법적 책임과 공급망 관리의 문제로 확대되면서, 국내 법·제도적 대응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포럼이 글로벌 규범의 변화와 국내 법제의 현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기업의 인권존중 책임과 실효성 있는 제도적 이행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법제연구원은 글로벌법제전략연구사업을 바탕으로 국제규범 환경 변화와 주요 글로벌 현안에 대응하는 법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관련 연구 성과를 담은 보고서는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