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브로드밴드(SK브로드밴드)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을 떼어내 신설법인으로 분리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규제 당국은 방송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공적 책임 유지를 검증하는 본격 심사에 착수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2026년 10월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44차 전체회의를 열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의 법인분할 신청에 따른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제공사업과 종합유선방송사업 변경허가 심사 기본계획안을 심의해 가결했다. 이번 안건은 출석위원 6명 중 찬성 5명, 반대 1명으로 통과됐다.

분할 구조와 쟁점

에스케이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AIDC) 사업을 독립시키기 위해 2026년 9월 1일 방미통위에 인터넷TV(IPTV) 및 종합유선방송(SO) 사업 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이번 분할은 2026년 1분기 말 순자산 기준 인적분할 방식으로 추진된다. 존속법인인 에스케이브로드밴드가 84%, 신설법인인 ‘SK호라이즌’이 16% 비율을 맡는다.

분할이 완료되면 모회사 SK텔레콤은 존속법인 지분 100%와 신설법인 지분 51%를 보유하게 되며, SK호라이즌의 나머지 지분 49%에는 외부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한다. 존속법인은 유선통신과 미디어, 기업용 사업을 담당하고, 신설법인은 기존 데이터센터 8곳과 신규 AI 데이터센터, 해저케이블 사업을 전담한다.

규제 당국의 시각

회의에서는 고수익 자산이 분리된 뒤 기존 방송 사업 부문의 재정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최수영 위원은 "신설법인으로 설비가 이전되면 별도의 이용료를 내야 하는지, 이용료가 적절한지 심사해야 한다"며 "프로그램 공급사업자(PP)에 지급하는 대가가 줄어들면 시청자에게 제공되는 콘텐츠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신환 위원도 "법인 분할이 SK브로드밴드 방송 사업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으며, 윤성옥 위원은 방송 산업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감안해야 한다고 짚었다. 반대표를 던진 이상근 위원은 소액주주 이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분할 이익의 편중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김종철 위원장은 "심사위는 SK브로드밴드 기존 방송 사업의 공적 책무와 사업 수행 능력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 종합 평가해야 한다"며 "심사의 공공성과 객관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AI 기반 유선·미디어·엔터프라이즈 사업의 지속적 혁신을 통해 지금과 같은 안정적인 성장세와 수익성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재 선례와 향후 절차

방송 사업자의 법인 분할은 관련 법령에 따른 엄격한 사전 승인 대상이다. 이날 방미통위는 방송법 제15조 제1항에 따른 변경등록을 받지 않고 자회사를 분할 등기한 ㈜아이에이치큐(IHQ)에 같은 법 제19조 제1항을 적용해 과징금 3,000만 원 부과를 의결하기도 했다. 방송법상 합병과 분할에 따른 변경 절차를 위반하면 업무정지나 과징금 등 행정처분이 뒤따른다.

방미통위는 방송·미디어, 법률, 기술, 경영·경제, 회계, 시청자·소비자 분야 전문가 7명으로 심사위원회를 꾸려 2026년 11월 시청자 의견 수렴과 심사를 진행한다. 이어 2026년 12월 전체회의에서 심사위원회 의견을 바탕으로 변경허가 여부와 허가 조건을 최종 심의·의결할 예정이다.